과거 국제사회에서 가장 큰 갈등이라면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이념적 대립을 중심으로 한 동서대립을 꼽는다. 그러나 구 소련 붕괴 이후 이념적 갈등은 어느 정도 해소된 반면 최근에는 경제문제와 관련하여 새로운 대립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이른바 남북갈등이 그것인데 대체로 북반구의 잘사는 나라들과 남반구의 못사는 나라들간의 경제적 이해가 충돌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선-후진국 환경파괴 갈등
국제사회에서의 남북갈등은 특히 환경문제를 둘러싸고 일어난다. 어느 정도 경제적 발전을 이루어 깨끗한 환경을 통한 삶의 질을 추구하는 북반구 선진국들은 더 이상의 환경오염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편이다. 하지만 선진국들이 개발과정에서 야기한 환경오염의 피해만 입었을 뿐 개발의 수혜를 누리지 못한 남반구 국가들은 입장이 다르다. 선진국들이 지금까지 자기들만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전 지구적으로 환경을 파괴해 놓고서 이제 막 개발을 도모하는 개도국들의 경제에 환경이라는 이름으로 족쇄를 채우려 한다는 것이다.
환경문제를 놓고 이처럼 선후진국간에 갈등이 발생하는 원인은 환경파괴든 환경보전이든 이들이 이른바 경제적 '외부효과'를 갖는 데 기인하다. 과거 선진국의 개발을 위한 환경파괴는 시간이 지나면서 지구 온난화 현상에 따른 이상기후 등으로 개발의 수혜자인 선진국은 물론 아무런 환경파괴 행위도 하지 않은 후진국에까지 피해를 입혔다.
반면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 유역의 밀림지대는 밀림이 위치한 국가들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기를 정화해주는 혜택을 제공한다. 그런데 문제는 선진국의 환경파괴 행위에 대해, 또는 후진국의 환경보전 행위에 대해 상응한 비용이나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며 이를 경제학적으로 '외부효과'라고 부른다.
이러한 외부효과가 발생하는 원인은 환경이라는 자원에 대해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지 못했거나 거래를 위한 소유권이 정의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환경은 과도하게 이용되거나 또는 충분한 개발이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는 '시장의 실패'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시장의 실패는 치유될 수 있을까? 199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코스(Ronald H. Coase)는 그의 이름을 따라 '코스의 법칙'이라 불리는 이론에서 외부효과에 따른 시장의 실패는 이해관계자간의 권리관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제3자의 개입 없이 당사자들의 협상에 의해 효율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음을 증명한 바 있다. 물론 당사자간의 협상은 시장에서 이루어진다.
애초에 이와 같은 경제학자들의 제안을 환경론자들은 별로 반기지 않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에서 공해물질 배출의 총량을 정하고 그 한도 내에서 공해물질 배출량을 각 업체에 할당한 후 공해 배출권을 각 업체가 시장에서 거래하게 함으로써 공해물질 배출의 억제와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성공사례가 생기는 등에 힘입어 환경론자들도 경제학을 환경보전을 위한 정책개발의 수단으로서 인정하기 시작했다.
결국 환경보전만이 최선은 아니고 지속 가능한 범위 내에서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임을 받아들인 것이다.
대립보다 조화노력 필요
2001년 사업 계속 결정에도 불구하고 최근 다시 찬반 논쟁이 첨예하게 벌어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던 새만금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환경문제에 관한 남북갈등과 닮아있다. 모든 문제를 개발과 시장의 논리로만 풀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만 그렇다고 낙후된 전북의 현실을 외면한 채 환경보전의 가치만을 외치는 것도 전북인의 공감을 얻는 환경운동의 방향이 되지 못한다.
반대와 찬성의 날카로운 대립보다는 개발과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대안을 머리 맞대고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새만금의 환경친화적인 사업추진과 효율적인 토지이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활동을 시작한 '새만금 사업 특별 위원회'에 기대를 걸어본다.
崔成柱(한국은행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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