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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진짜 부자가 되자

    얼마 전 '부자 되세요'라는 말이 인사말로 유행한 적이 있다. 모든 사람이 자나깨나 소망하는 것이 돈 많은 부자가 되는 것이니, 이 얼마나 듣기 좋은 말인가? 또 요즘 거리 곳곳에는 사람들의 부자가 되고자하는 마음을 노린 광고가 나붙어 있다. 

 "꿈의 숫자 6개로 인생 역전을 노려라”는 로또 복권 광고가 그것이다. 복권을 사서 숫자 6개만 맞으면 인생살이가 지금과는 180°달라진다는 뜻 같은데, 확률적으로도 거의 가망이 없지만 과연 당첨이 된다고 해도 인생이 역전될지 의문이다. 

 언젠가 미국에서 거액 복권 당첨자들의 당첨 후 생활상을 추적한 보고서가 신문에 소개된 적이 있는데, 복권 당첨자 중 90% 이상이 5년이란 짧은 시간만에 당첨 전보다 더 가난해져있고, 정신적으로도 더 불행해졌다고 느낀다고 했다. 정신과에 드나들게 된 경우도 상당수에 이르렀다 한다. 부자가 된다고, 또 갑자기 돈이 많이 생긴다고 인생살이가 그렇게 달라지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사실 세상에는 돈으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있고, 아무리 돈이 많이 있어도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 있다. 건강?사랑?존경?명예?권위 같은 것은 돈으로 쉽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신적 자산 역시 가치가 무한해서 가격조차 붙일 수 없다. 서양 사람들은 무한한 가치를 가진 것을 'Priceless'라고 한다. 값을 매길 수 없다는 뜻이다. 

 노자의 '도덕경'에서 '말할 수 있는 도는 진짜 도가 아니다(道可道 非常道)'라고 한 것도 뜻은 조금 다르지만, '가격을 매길 수 있는 것은 진짜 비싼 것이 아니다'라는 말과 서로 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흔히 사람들은 돈만 많이 가지면 부자라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논법을 따른다면 그런 사람은 진짜 부자가 아니다. 앞에서 예를 들은 미국의 복권 당첨자들의 생활상에 대한 보고서에서처럼 돈이라는 것은 있다가도 쉽게 없어질 수 있는 것이다. 값을 매길 수 없는 정신적 자산을 가진 사람이 훨씬 더 부자이고, 또 누가 훔쳐갈 수도, 없어질 수도 없는 정신적 자산을 가진 사람이 진짜 부자인 것이다.

 

   백범 김구 선생은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우리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요 경제력도 아니다.…인류가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仁義)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 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다.?

 

   백범이 살았던 시대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오늘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웠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그 어떤 것보다 정신과 문화의 가치가 소중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우리는 지금 물질과 정신의 균형 잡힌 삶을 가꾸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 많은 부자가 되는 것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을 뿐, 어떤 삶이 인간으로서 참되고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성찰은 매우 부족하다. 

 이처럼 정신이 빈곤한 탓으로 온갖 향락 풍조가 전국 방방 곳곳을 뒤덮고 있다. 사람들은 그 안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다가 서서히 파멸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돈 많은 부자가 아닌, 정신적 자산이 풍부한 진짜 부자가 되고자 노력하여야겠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과 가족, 사회와 인류를 파멸에서 구하는 길일 것이다. 

 

 

/임해정(군산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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