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일(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
요즘 공무원 사회 최대 화두는 울산발 ‘철밥통 깨기’가 아닐까 싶다. 무능하고 나태한 공무원을 솎아 내겠다는 이 인사실험이 북상하여 서울시에 도착했고 계속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로 확산될 조짐이다.
생각하기조차 싫은 금융대란으로 대량실업·실직사태가 우리 사회를 한바탕 휩쓸었을때 가장 질긴 밥줄이 공무원이란 사실이 새삼 입증됐다. 한번 공무원이 되면 영원한번 공무원이 되면 영원한 공무원이란 등식이 빛을 발휘하는 현실을 목격한 것이다. 그럴수밖에 없는것이 국가공무원법은 ‘형(刑)의 선고 징계처분 또는 이 법이 정하는 사유에 의하지 않고는 그 의사에 반하여 휴직 또는 강임 또는 면직을 당하지 아니한다(68조)’고 규정함으로써 공무원의 정년 보장을 정당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공무원 역시 같다. 그러니 공무원 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힘들어 지고 대학원 나온 석사학위 소유자가 환경미화원 채용 시험장에서 곡물가마니를 메고 달리기를 하는 진풍경(?)도 목격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직무에 태만하고 무능한 공무원 얘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니 접어 두자. 다만 이번 울산발 철밥통 깨기가 왜 새삼스럽게 주목을 받는지가 의아하다. 멀리 갈것없이 이런 류의 인사실험은 이미 지난 90년대 말께 전주시에서도 한바탕 회오리를 불러 일으켰던 적이 있다. 당시 김완주 시장은 직무 능력 위주로 과감한 인사혁신을 단행했었다. 연공서열에 따라 자동적으로 승진 전보가 이루어지던 당시 인사관행을 깨고 고참사무관이 새파란 주사에 밀려 한직(閑職)으로 쫓겨 나는가 하면 팀제를 도입해 업무 효율을 극대화 하는등 시정에 새바람을 불어 넣었다.
당연히 인사에 불이익을 받은 공무원들이 반발하는등 조직의 갈등과 알력이 외부로 노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김시장은 흔들림 없이 원칙을 고수했고 민선 2기를 무난히 이끌었다. 지금 청내에서 당시 인사태풍을 기억하는 공무원들이 울산발 철밥통 깨기를 어떤 눈으로 보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 무렵 정부 사정기관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한 전직 판사가 자신의 책에서 일갈한 공무원상(像)에 대한 평가가 인상적이다. 그는 ‘한국의 공무원 조직은 제왕적이고 조폭적이다’ ‘지키지 못할 법을 만들어 미운놈만 골라 손 본다’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상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야근한다’고 비꼬았다. 그의 지적은 국가공무원이나 지방공무원이나 정도의 차이일뿐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공무원을 다른 말로 공복(公僕)이라고 부른다. 국민의 머슴이란 뜻이다.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봉사하라는 사명을 띤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 컴퓨터 게임이나 하면서 시간 채우고, 봉급 꼬박꼬박 받고, 연금까지 챙기는 그런 일이 있다면 국민들이 용서할 수 있을까? 울산발 철밥통깨기에 국민들이 박수치는 이유를 그들은 확실히 알아야 한다.
/김승일(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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