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일(언론인·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된 후 가히 말 잔치가 한창이다. 이 협정 타결에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쌍심지를 켜들고 자기 주장을 앞세운다. 전문가가 아닌 다음에야 용어 자체도 생소한 조항을 두고 지식다툼(?)을 벌이는 형국도 연출된다.
대체로 협상 실무를 맡았던 정부측 대표들의 설명을 놓고 이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논쟁이 심하다. 타결 발표이후 각 방송사들이 마련한 토론회장에서 패널들이 벌이는 논쟁을 보면 마치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기’ 각축전을 벌이는듯하다. 물론 여기서 번데기가 정부 협상 대표들이라는 말은 아니다. 내로라 하는 각계 전문가나 국회의원들의 식견도 똑같이 주름 잡는데는 번데기 수준 못지 않아 보인다. 그만큼 투철한 사명감을 갖고 열성적으로 이 문제에 접하고 있다는 신실함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기도 한다. 다만 아쉬운것은 그런 가운데서도 무조건 자기주장 앞세우기나 상대방 말꼬리 잡기, 독단적 효과 해석으로 국민들의 판단을 혼란스럽게 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기에 열린우리당의 FTA 특위 위원장을 맡고있는 송영길의원의 일갈이 매우 인상깊다. 그는 토론회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이번 협정 내용을 보면 나도 잘 모르는 대목이 많다. 이 협정을 성공적으로 매듭짓기 위해서는 비준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이 공부를 해야한다’고. 그렇다. 정부 관계부처나 각계 전문가들 못지않게 국회의원들이 공부를 더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관련 상임위에서 협정문안을 조목조목 따져보고 국익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모범답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협상 관계자들을 국회에 불러다 놓고 국익운운하며 다그치고 호통이나 치는 그런 행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FTA 타결후 매스컴이나 각종 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국민들은 대략 60% 정도가 이 협상 타결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저임금 공세로 밀고 들어오는 중국과 앞선 기술로 무장한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는 우리나라가 통상을 무기로 선진국 진입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해석에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부내에서조차 이번 협상에 반대하는 기류가 있다고도 하고 각종 민간사회단체가 촛불시위까지 벌이며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지라 이 협정의 전도 험난할 것이란 예감은 든다. 그러나 그런 장벽들은 앞으로 국회 상임위활동 과정에서 충분한 검증과 토론 절차를 거쳐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다. 또 그렇게 하는것이 국회나 시민단체 모두의 당연한 책무다. 그래서 우물안 개구리처럼 관세 장벽에 갇혀 한 단계 도약을 또다시 멈칫거리는 비능률을 걷어 낸다면 이번 역사적인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성공이라고 평가하기에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김승일(언론인·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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