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일(언론인·전북향토문화연구소 이사)
노무현 대통령이 또 일(?)을 냈다. 엊그제 참여정부 평가포럼에서다. 그는 ‘노사모’를 비롯한 8백여 지지자들 앞에서 4시간여 동안 한풀이 하듯 독설들을 쏟아냈다.
그 대상은 주로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대선 후보들이었다.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 건설 공약과 박근혜 후보의 화물 페리구상이 난도질 당했다. ‘한나라당이 정권잡는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거나 ‘어떤 정신나간 사람이 대운하 건설에 투자하겠느냐’ ‘한국의 대통령이 독재자의 딸이라고 해외신문에 나면 곤란하지 않느냐’등등 원색적인 비난과 막말이 이어졌다.
노대통령에 비판적인 메이저 언론들이 그냥 두고볼리 없다. 지지율 20%대 대통령이 당과 대선 후보 지지율을 합쳐 60%대가 넘는 한나라당을 공격하다니 제정신이냐고 발끈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쪽에서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짐직 체념하는듯 하면서도 ‘대통령 주치의를 정신과의사로 교체해야 한다’는 무례한 논평을 내놓을 정도로 헷가닥하고 있다.
당연히 네티즌들의 공방도 점입가경이다. 대통령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다수였지만 대통령이 할 말을 했고 카타르시스마저 느낀다는 반론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러니 이번 대통령 발언은 연말 대선때까지 두고두고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될게 분명하다. 만약 필자에게 어느쪽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당연히 후자쪽이다. 왜냐하면 대통령도 유권자이고 할 말은 할수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선거법 위반이라고? 아니 역대 어느 대통령이 그 정도 발언수위를 오락가락 하지 않은적이 있나 되짚어 보면 답은 간단하다.
사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노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잦은 말 실수로 여론의 도마위에 오른적이 많았던 노대통령 아닌가. 아무리 지지자들의 모임에서라지만 할 말, 못할 말정도는 가렸어야 한다는 아쉬움을 남는다.
일찌기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일이 안될때 사람들은 모두 대통령을 원망한다. 그것이 대통령에게 급료를 주는 이유이다’라고 농(弄)을 던진적이 있다. 미국처럼 철저히 분권(分權)이 이루어져 사회 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하는 나라에서도 총체적 조정자로서 대통령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말이라고 생각된다. 되돌아 보면 노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에 ‘원망들을 일’과 ‘욕먹을 일’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을 ‘내 탓’으로 받아들이고 국민통합과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해 겸양의 리더쉽을 보여 준다면 그에게 급료를 주는 이유에 토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영국의 어떤 정치인이 그랬다. ‘국민에게 정부 메시지를 확신시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주먹이 필요하다’고. 그렇다. 대통령에게 자기 주장을 펼 강력한 수단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식의 ‘막 말’ 주장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내 편’ ‘네 편’으로 편가르기 해봐야 득될게 뭐 있나.
/김승일(언론인·전북향토문화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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