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전북일보 경영지원국장겸 논설위원)
골프라는 운동을 무지무지하게 백안시하던 어느 선배가 최근 골프에 입문했다. ‘빈타’ 스윙 연습을 한지 2주째라고 한다. “아빠도 이제 골프를 해야 한다”며 직장에 다니는 딸이 석달치 골프연습장 티켓을 막무가내로 끊어온 게 계기다.
골프에 대해 너무 부정적이었기 때문에 그 선배가 골프채를 잡은 건 하나의 '사건'이다. 신자유 물결이 판치는 세상에서 '청학동의 은둔'만을 고집할 수는 없었음일까-. 한번 빠지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 곧 싱글 소식이 들려올 것이라 믿는다.
그 선배가 골프를 싫어한 이유는 두가지였다. 땅덩어리도 작은 나라에서 엄청난 면적(18홀 기준 30만평)을 돈 있는 소수 골퍼들을 위해 써야 하는가 하는, 다분히 이데올로기적인 이유이고 다른 하나는 비용 때문이다.
한번 라운딩 하는데 드는 비용이 20만원이라면 사치스포츠임에 틀림없다.누군가에 신세지는 라운딩이라면 심적 부담은 더할 것이다. 하지만 골프대중화가 지금 머리 맡에 와 있는 시점에서 첫번째 이유는 명분이 약하고 두번째 이유는 극복해야 할 과제다.
전북지역 골프장 이용객이 연말이면 100만명을 넘길 전망이다. 3년전부터는 매년 두배 가까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젠 도지사가 라운딩하는 팀 앞에서 7급 공무원이 버젓이 드라이브 샷을 날리는 판이다.
골프는 돈 있는 소수만 하는 운동이 아니라 이미 대중화의 길에 들어서 있다. 골프가 대중화되려면 많은 사람이 저렴한 값에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데에 심각성이 있다.
우리나라 골프여건은 세계적인 골퍼를 배출한 나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후진국 수준이다. 국토면적 대비 골프장 비율은 0.18%로 일본 0.6%, 영국 1.0%에 비해 크게 낮다. 골프장도 27만명당 1개꼴에 불과하다. 미국은 1만7000명, 영국은 2만9000명, 일본은 5만2000명당 1개꼴이다.
골프장 이용료도 10만원이 넘지 않는 미국 영국 중국 태국보다 두배 이상 비싸다. 비싼 이용료와 부킹 난 때문에 해외로 빠져나가는 골프인구가 연간 30만명에 이르고 이들이 쓰는 돈이 연간 1조원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이런 원인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태부족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비싼 돈 주고 운동하면서도 혀 짧은 소리를 해야 하는 유일한 곳이 골프장이다. 시설도 형편 없고 서비스 수준도 낮은 터에, 담합을 하면서 이용료를 올리고도 큰 소리 치는 곳 역시 골프장이다. 식음료나 음식값을 두배, 세배 올려받는 곳도 골프장이다. 모두 정상이 아니다. "농민들도 골프를 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언급은 이미 10년 전의 것이지만 골프정책은 제자리걸음질만 친 결과다.
이런 고질적 적폐를 해소할 수 있는 건 공급량을 늘리는 길 밖에 없다. 특히 대중골프장을 늘려야 한다. 지금보다 더 파격적인 각종 세금혜택과 인허가 편의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또하나, 고창의 골프산업클러스터나 군산의 81홀 골프장 등이 돈만 벌어들이려 하기 보다는 대중화에도 기여해야 한다. 대중화는 커녕 투자도 않고 돈만 아는 골프장들이 너무 많다.
/이경재(전북일보 경영지원국장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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