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일(언론인·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
얼마전 전주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호주산 쇠고기를 사다 먹은 적이 있다. 한우 고기는 값이 비싸 가벼운 지갑으로는 냉큼 집어들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놀라운것은 값이 한우고기에 비해 매우 싸다는 것이었다. 등심의 경우 100g에 1천8백원, 스테이크용 목심은 1천80원 정도였다. 맛도 굳이 한우와 비교해 떨어지지 않았다.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오랜만에 포식할 수 있었던건 그 자체만으로 작은 행복이었다.
지금 일반 정육점에서 쇠고기 한 근(600g)값은 보통 1만8천원 정도다. 국거리 용으로 판매되는것이 그렇고 등심이나 안창살, 갈비 같은 부위는 그보다 훨씬 비싸다. 그러니 서민들이 제법 맛있는 쇠고기를 한번 맛보려면 등골이 휠 정도라는게 빈 말이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허용됐다. 아직은 뼈없는 살코기에 한정되지만 전국의 유통매장에 미국산쇠고기가 진열될 날도 머지 않았다. 광우병 파동쯤은 진즉 잊어 버린듯 소비자들로부터 호응도 크다. 당연히 쇠고기값도 내릴 것이다. 호주산 수입업계에 비상이 걸릴만도 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인천의 어느 대형마트에서 농민회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진열해 놓은 미국산 쇠고기에 인분을 뿌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황당하기 짝이 없다. 이는 결국 수입 쇠고기를 사 먹으려면 X을 뒤집어 써야 한다는 경고다. 이들은 수입을 결사 반대하는데 그치지 않고 판매조차 봉쇄하여 서민들의 싼값 쇠고기 맛 볼 기회를 박탈하겠다는 의도마저 내 비친 것이다. 그들의 주장은 그렇다. 호주산에 이어 미국산 쇠고기마저 수입이 허용되면 농촌이 피폐화하고 한우 사육농가는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신토불이(身土不二)가 국민건강과 농업회생의 근간임을 목청껏 외치기도 한다.
알려진 바로는 전주시내 대형마트들이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주저하고 있다한다. 군산과 익산의 일부 대형마트에서 판매에 나섰다가 시민단체와 농민회원들의 반발을 샀기 때문이란다. 참 희한한 일이다. 돈 버는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업체들이 주변의 눈치를 다 보다니 그래봤자 적당히 시간이 흐르면 언제그랬냐는듯 미국산 쇠고기는 진열대에 오르고 불티나듯 팔릴게 뻔하다. 맛도 좋고 값도 싼데 이 쇠고기를 애국심으로 외면할 소비자가 얼마나 될 것인가.
지금 농민들이나 시민단체들이 할 일은 따로 있다. 소값은 내리는데 쇠고기값은 안내리는 이유가 뭔가를 밝혀 내는 일이다. 유통구조의 왜곡으로 뼈빠지게 고생하는 축산농가는 손해 보고 중간 마진으로 배채우는 악덕 상혼부터 바로 잡아야한다. 그리고 진짜 차별화된 브랜드로 외국산과 경쟁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 무조건 반대 반대만 외쳐봐야 한 번 맛들인 소비자들의 입맛을 되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승일(언론인·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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