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진(전북일보 논설위원)
1990년대 초반 군산에서 주재기자 생활을 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봐도 꽤 재미있고 보람있었던 기간이 아니었나 싶다. 좋은 분들을 만났고 새로운 세계를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전주 등 내륙에 없는 항만과 공항이 있어 육해공을 모두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 중에서도 군산항은 일제시대 쌀 수탈의 역사에서 부터 도내 유일의 무역항으로 변화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그래서 당시 기사를 쓸 때 군산하면 으례 ‘전북의 관문(關門·portal)’이라는 수식어를 앞에 달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마침 군산에서 지난 9일 ‘군산항 발전전략 모색’이라는 포럼이 열려 기쁜 마음으로 참석했다. 갯벌을 다져 만든 군산항 6부두 인근 군산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 추진단에서 주최한 행사였다.
이날 포럼에서는 ‘글로벌 물류동향과 군산항의 발전전략(김학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본부장)’ 등 2편의 발제와 종합토론이 있었다. 발제에서는 세계적으로 항만이 갖는 물류 허브로서의 기능과 군산항의 현주소, 문제점 등이 발표되었다. 그리고 토론에서는 이와 관련된 개선점이 거론되었다.
우선 군산항은 도내 물동량마저 처리하지 못하는 점이 지적되었다. 도내 연간 물동량 45만TEU 가운데 겨우 8%(전국 항만 물동량의 0.37%)에 해당하는 3만4000TEU만이 군산항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 28개 무역항중 10위권 밖에 머무는 수준이다. 관문은 커녕 샛문 역할도 못하고 있다. 이유는 낮은 수심과 정기항로 부재, 컨테이너터미널 시설 낙후 등으로 모아졌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포트 세일과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특화전략, 지방항만공사 설립 가능성, 투포트 시스템의 문제점, 토사매몰을 줄이기 위해 금강하구둑을 상류로 옮기는 문제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다.
군산항 발전의 로드맵은 자명하다. 수심확보를 위해 내항에서 외항으로 옮겼듯 외항→군장신항→새만금신항으로 그 기능이 이동할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과연 국가가 얼마나 예산을 투자해 시설을 확충해 주느냐가 관건이다. 정부의 의지가 첫째라는 얘기다. 그러나 그럴 개연성은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오히려 푸대접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각종 주요시책에서 군산항 발전계획이 빠져 있는 게 그것을 증명한다. 지난해 해양수산부가 마련한 ‘제2차(2006-2011) 전국 무역항 기본계획’ 중 군산항은 항만배후단지 개발대상 8개지역에서 빠졌다. 또한 문화관광부가 공모한 해양크루즈 관광사업 활성화 방안에서도 제외되었다. 그리고 건설교통부의 ‘신국토관리계획’ 가운데 대 중국 화물을 처리할 서해안 중심항만에서 평택항과 목포신항이 들어 있고 군산항은 빠져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치단체의 실천의지가 아닐까 한다. 감 떨어지기만을 기다릴게 아니라 제 몫을 찾아 먹어야 한다는 말이다. 김완주 지사는 지난해 7월 취임 첫날 군산항을 방문, ‘군산항을 전북의 경제 관문’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6대 중점사업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루어진 것은 거의 없다. 전북도와 군산시는 군산항을 진정 전북의 관문으로 여기는지 자문해 봐야 할 것이다.
/조상진(전북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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