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일(본지 객원논설위원)
서울 용산의 도시재개발사업 분규 현장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보상에 불만을 품은 일부 철거민들이 폐쇄된 건물 옥상에 망루를 세우고 집단 농성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다. 경찰은 전례없이 이들을 신속히 진압하기 위해 경찰 특공대를 투입했고 화재가 발상하여 특공대원 한 명과 철거민 다섯명이 불에 타 목숨을 잃었다. 참사의 전말이다.
그동안 도시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분규가 시위·농성사태로 비화된것은 한 두번이 아니다. 크고 작은 사고도 여러차례였다. 전문 시위꾼까지 가담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비난 여론도 들끓었다. 시위 양태도 점차 과격해져 화염병·시너·새총·사제 무기까지 등장했다. 경찰의 대응방식 또한 강경해져때로 시위현장이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애꿎은 시민들의 피해 또한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참사는 누가 보더라도 경찰의 대응방식이 지나쳤다고 보여진다. 우선 TV화면에 비친 사고현장의 정황이 그렇다. 경찰은 위험물질이 가득찬 망루에 쉼없이 물대포를 쏘아댔다. 컨테이너 박스를 타고 진입한 경찰 특공대원들은 대테러작전을 펴듯 살벌했다. 이 와중에 불길에 쫓겨 건물 난간에 매달렷떤 한 철거민은 속절없이 맨바닥으로 떨어져 중상을 입기도 했다. 그런 장면들이 고스란히 화면을 통해 공개돼 철거민들의 절규와 시민들의 공분을 키웠다. 경찰이 진입 메뉴얼만 제대로 지켰어도 피해를 줄일수 있었을텐데 대비가 소홀했다는 질책이 쏟아지는 이유다.
철거민들이 불법 과격시위를 했는지, 외부세력이 개입했는지, 경찰이 과잉대응했는지 여부 이제 검찰수사를 밝혀질 것이다.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만큼 대단히 엄중하고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철거민들은 설혹 위법을 했더라도 그들의 생존권이 걸린 절박한 소수약자다. 그런데도 그들은 사태후 즉각 연행되고 구속됐다. 반면 경찰쪽은 아직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있다. 여기다가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끼어드는 극렬보수단체는 '방화''살인 폭력시위'라며 상대적 약자를 공격하고 있다. 본말을 전도하는 망동 아닌가.
시민들은 이번 사태가 왜 이렇게 꼬였는지 대충 짐작할 것이다. 그래서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거취를 주목하고 있다. 사법적 판단이전에 도의적으로라도 그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이 경찰총수를 성토하고 여당 원내대표까지 그의 사퇴불가피론을 제기하는 마당 아닌가. 그런데도 그는 아직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뿐만아니라 대통령도 아직 바꿀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작금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규탄집회를 열면서 경찰과 충돌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쇠고기 촛불시위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상황이다.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는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김승일(본지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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