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본지 경영지원국장 겸 논설위원)
"중앙당(민주당)에서는 지역을 땅깔로 보는 것 같다. 지역 정치인에 대해서도 한 자락 깔고 무시하기 일쑤다. 아예 인정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지역의 어느 중진 정치인은 선거때마다 공천을 앞두고 벌어지는 중앙 위주의 인물논의를 비판하면서 이런 푸념을 했다.
그런 지적이 아니더라도 선거때마다 지역에 봉사하겠다는 국회의원들이 당선만 되고 나면 중앙 위주의 사고로 돌변하는 행태를 우리는 보고 있다. 생활 공간도 서울이고 비회기중인 데도 늘 서울에서 지낸다. 지역에 머물며 주민과 부대끼고, 회기중엔 국회에 출퇴근하는 정읍의 유성엽 의원이 돋보이는 건 당연하다.
중앙 좋아하는 습성이 도진 걸까. 4.29재선거와 관련한 공천방식과 인물논의에서 지역은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우선 공천방식을 놓고 보자. 전쟁터도 아닌데 '전략공천'이란 말이 노골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 무슨 해괴한 방식인가. 전략공천이란 까놓고 얘기하면 자기 맘에 드는 사람 찍어 내려보내겠다는 것 아닌가. 민주적 절차를 깔아뭉개는 이런 공천을 용납해야 할까.
다른 하나는 인물의 문제다. 국회의원 선거는 지역구를 대표할 인물을 뽑는 이벤트다. 그런데 지역구와는 아무런 관련도, 활동도 하지 않았던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다. 지역정서는 아예 안중에도 없는, 지역을 우습게 보는 행태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유재만 변호사 등이 정동영 대체카드로 거론되고 있다는 후문이고, 지난 2003년 나라종금 로비의혹사건으로 구속됐다 지난해 8.15때 사면복권된 한광옥(67)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도 전주 완산갑에서 출마할 뜻을 굳혔다고 한다. 다른 인물도 더 있다.
이들은 덕진이나 완산갑 지역구와 상관성도 없을 뿐 아니라 지역에서 활동한 경력도 없다. 과거에 한자리 한 사람은 아무 지역구나 내려보내도 된다는 말인지, 찍어 던져주면 다 받아먹는 게 전주지역이라는 말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개별적으로는 모두 훌륭한 분들이다. 하지만 일찌감치 지역에서 표밭을 누비는 예비후보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염치없게 느껴지는 사람들이다. 빈자리에 숟가락 하나 들고 와 거저먹겠다(먹게 하겠다)는 오만으로 비친다. 지역구를 탐하기(탐하게 하기) 전에 지역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 부터 답해야 할 것이다. 지역을 위해 한 일이 없다면 나서지 말아야 할 것이고.
이런 식의 중앙 위주의 공천방식이나 인물 내세우기가 현실화된다면 지역에서 붙박고 살아온 이른바 '정치토종'들은 어디에 발붙일 것이며 한낱 들러리에 그쳐야 한단 말인가. 지역 정치인들은 투쟁해도 역부족일 터인데 중앙당 눈치나 보며 눈만 껌벅거리고 있다. 정치에 지방이 없다는 도식을 굳어지게 하는 비겁한 눈치보기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절차의 공정성과 기회의 형평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민주적인 선거가 아니다. 총선이든 재선거든 일정한 기준과 원칙을 제시하고 모두 그에 따르도록 해야 한다.
정동영도 재·보선에 나올 의사가 있다면 덕진이든 수도권이든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다른 후보들과 똑같이 공정한 게임을 하라. 대선-총선 다 떨어진 마당에 중앙당의 처분만 바라볼 게 아니다. 앞뒤 재며 눈치보는 모습은 더더욱 보기에 좋지 않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몽골기병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경재(본지 경영지원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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