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일(본지 객원논설위원)
작가 이문구(李文求)의 소설'관촌수필'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손버릇 나쁜 아들 조대복이를 잡으러 온 순사가 그 어머니에게 하는 말. "에미가 요모양이니 자식도 그 택이지. 잔말 말고 어디 숨겼는지 대여" "워너니 그렇겄다. 이 사람 여럿 잡아먹을 놈아. 내 새끼가 도적질 하는것 니 눈구녕으로 봤으면 왜 진작 못 잡아 넣었데?" 에미가 악다구니를 쓰자 순사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만다. 이문구의 글 중에는 국어사전에도 안 나오는 사투리로 독자들에게 깜짝 감동을 주는 그런 내용이 많다. '관촌수필'만 해도 어찌나 충청도 사투리가 많은지 그 뜻을 헤아리기조차 힘이 들 지경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그 소설 이야기를 하자는 건 아니다. 내가 이 대화에서 주목한것은 '워너니…'는 사실 전라도 사투리 이기도 하다. 대화중에 '워너니…'라고 하면 억양에 따라 긍정도 되고 부정도 된다. 또는 상대방을 조롱할 때도 곧잘 이 말을 입에 올린다. 가령 이런 식이다. "니심뽀 뒤틀린것 봉게 뭐 잘못 먹은거 아녀?"하면 "워너니 그렇겄다.나 노레기 홰쳐먹어서 그런다 왜"하고 되받는다. "그사람 보기보다는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여"할 때 "워너니 그렇기는 혀"하면 긍정이요 "그 전에 해 먹은 놈에 비하면 새발에 핀디…" "워너니 그렇겄다. 그 잘난 도덕군자 타령할 때는 언제고 지금 와서 웬 변명이여 변명이…"라고 되받는다면 부정적 의미이다. 대화중에 똑같이 '워너니'를 앞세우고도 이처럼 상대방의 뜻에 동의하기도 하고 또는 쌍심지 켜고 대들수도 있으니 이 얼마나 정감있고 은근하며 오묘한 우리고장 사투리인가.
그런데 난데없이 웬 사투리 타령인가. 뻔하지 않은가. 요즘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사법처리 사건 때문이다. 취임이후 도덕과 청렴을 훈장처럼 자랑했던 그가 끝내 서슬퍼런 검찰 포토라인 앞에 선지 3주째다. 언론은 중계방송하듯 시시콜콜히 숨겨진 장막을 들춰내기 바쁘다. 그 결과 지금까지 드러난 그의 떳떳하지 못한 행위는 본인의 구차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아니 그의 지지자들에게는 배신감마저 안겨줄 정도다. 그러니 사람 속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는 탄식이 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아무리 지금까지 밝혀진 그의 과오가 법치(法治)의 엄정성을 벗어나기 힘든다 한들 과연 검찰이 구속 여부를 검토할 정도로 파렴치한가? 여기서 사람들이 '워너니 그렇겄다'한다면 이는 부정이다. '그건 아니다'란 말이다. 그리고 반노(反盧)측 사람들이 거품물며 단죄를 주장할때 속으로 '워너니'라고 비아냥 대는 국민또한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그래서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때쯤 "워너니 그래야 맞지"한다든지 "내고여 그럴줄 알았어"소리가 나와야 비로서 민선 대통령의 명예와 법치의 존엄이 동시에 지켜질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김승일(본지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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