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일(본지 수석논설위원)
전주-완주 통합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17년전부터 통합 논의가 간헐적으로 있어왔지만 지금처럼 화끈하게 논의된 적은 없었다.상황이 변했다.전주와 가까운 삼례와 봉동쪽은 찬성 주민이 많고 거리가 먼 곳은 반대 주민이 많다.주민들의 이해관계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통합문제를 확 터놓고 당국자간에 공론화 한적도 일찍이 없었다.송하진시장이 반대를 무릅쓰고 임정엽군수한테 4자회담을 제의한 것은 잘한 일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이 통합 적기다.내년 6월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면 통합은 어렵다.기득권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때를 놓치면 안된다.전주시장 보다도 완주군수가 군수자리를 포기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문제는 통합에 필요한 시간이 없다기 보다는 통합에 따른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그러나 통합은 시대적 당위다.역사와 문화가 같고 생활권이 하나로 형성됐기 때문이다.지난날은 하드웨어적 요소가 장애요인이었다면 지금은 지방자치라는 제도가 걸림돌이 되었다.
이번 통합 논의가 과거처럼 한낱 지역의 소멸성 이슈로 끝나선 곤란하다.지난날에는 논의때마다 변죽만 울리고 말았다.시 의회나 사회단체가 나서 일방통행식 논의만 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번 논의는 전주시장이 나섰다는 점에서 달랐다.그만큼 무게가 실렸다.정치권에서도 비교적 찬성을 보냈다.사실 통합문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라서 누가 선뜻 나서서 공론화 하기를 꺼려했다.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겠다는 말인가.
전주시장이 4자회담을 제의한 이후 임정엽군수와 TV토론회도 가졌다.별다른 진척 없이 끝났다.임군수가 '주민의사가 중요하다'며 우선 현안부터 논의하자고 한발 비껴가는 바람에 진전이 없었다.임군수가 말하는 현안은 상관 저수지 상수도 보호구역 해제와 모악산 도립공원 주차장 건설비를 전주시가 부담하라는 것 등이었다.전주시가 통합을 논의하려면 이 같은 문제부터 먼저 해결해 그 진정성을 보이라는 말이다.전주시가 귀담아 들어야 할 문제다.
임군수는 주민의사를 거론할 수 밖에 없다.완주군민들의 피해의식이 컸기 때문이다.그간 알게 모르게 전주시로 편입된 지역이 찬밥 신세가 되었다.소양면 쪽에는 혐오시설이 유치된 탓도 크다.그러나 과거로 회귀해서 통합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통합은 현실적이거나 미래 지향적일 때 가능하다.지금은 임군수가 통합쪽으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양 지역이 우선 파이를 키우는데 앞장서야 한다.쉬운 예로 전주는 공장 부지가 없어 애를 태우고 있지 않은가.
통합의 걸림돌은 지역의 리더와 공무원들이다.무작정 기득권을 버리라는 게 아니다.완주군이 전주시로 통합됐을때 자신들의 영향력이 상실된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다.소아를 버리고 대의를 취하는 것이 지역 유지들이 해야 할 역할이다.공무원들도 더 이상 철밥통 의식을 깨야 한다.통합으로 구조조정만 생각하면 안된다.알게 모르게 지역 주민들을 선동하면 더 문제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지금과 같은 행정구역 체계는 글로벌 시대에 걸맞지 않다.현행 도를 없애거나 시군을 통합해서 인구 60~70만 규모의 광역시를 만드는 안을 정치권에서 구체화 시키고 있다.아무튼 임군수도 통합을 이뤄내면 지금보다 더 나은 정치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시간이 없어 보이지만 지금은 임군수가 맘 비우고 송시장이 제안한 실무기구부터 만들어 통합작업에 적극 나서야 맞다.
/백성일(본지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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