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진(본지 논설위원)
자치단체간 통합 논의가 뜨겁다. 전국적으로 40여 개 시군에서 벌어지고 있다. 전북의 경우 완주·전주를 비롯 군산·익산, 새만금 특별자치시(군산·김제·부안) 등이 거론된다. 이 가운데 완주·전주 통합은 이미 1992년 이래 수차례 논의된 바 있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완주·전주 통합 전개과정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지역에 오랫만에 핫이슈가 생겨났다는 점이다. 토론과 논쟁이 거의 없는 전북에 생산적인 논의의 기회가 펼쳐진 것이다.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 반갑기까지 하다.
지금까지 과정을 살펴보면 처음에는 찬성측이 압도하는 분위기였다. 처음으로 민간기구인 전주·완주 통합민간추진협의회가 구성돼 기세을 올렸다. 그동안 논의가 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차원에서 공방만 무성한데 비해 신선한 출범이었다. 또 서명운동과 공청회 등 꽤 조직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점도 눈에 띤다.
하지만 반대단체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완주사랑지킴이운동본부가 전면에 나서고 완주군수와 완주군의회가 엄호사격을 하는 형세다. 여기에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등도 반대운동에 가세했다. 때 마침'지방자치 관련학자 145인'도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우려를 표시했다.
헤겔식 논법으로 정(正)-반(反)의 과정을 지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찬성이든 반대든 합(合)의 과정만 남았다. 이 과정은 싫든 좋든 논의단계를 넘어 실행단계에 접어들었다. 민추협에서 벌인 서명운동 결과, 통합에 동의한 주민수가 신청요건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과정은 치열한 홍보전과 여론조사, 주민투표 등을 거치게 되어 있다.
사실 이번 통합은 너무 졸속으로 추진한 감이 없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행정구역 개편을 제안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 우선 그렇다. 주민의 자발성 보다는 정치적 의도가 엿보인다. 또 인센티브라는 당근을 내세운 것도 유쾌하지 못하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것은 과연 시군 통합으로 주민의 삶이 나아질 것인가에 대한 회의다. 지역을 키우게 되면 밀착행정이 어렵고 민주성도 떨어질게 뻔하다. 또 농촌지역의 소외와 통합 이후의 지역간 갈등도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완주·전주는 오랫동안 한 몸이었다 분리되었고, 지역적으로도 완주가 전주를 감싸는 형상이다. 생활권도 상당부분 일치한다. 또 자치단체가 사활을 걸고 있는 기업유치와 일자리 창출 역시 따로 하는 것보다 하나가 되어 하는 게 유리하다.
나아가 생각할 것은 전주의 전북에서의 역할이다. 1966년 252만 명이던 전북인구는 180만 명 안팎으로 줄어 들었다. 지역내 총생산(GRDP) 역시 전국 최하위권이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이는 전주가 제 구실을 못한 탓이 크다. 인근 광주나 대전 못지않은 구심력을 갖고 도내 시군을 지지(支持)해 줬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특히 전주는 앞으로 새만금의 배후로서 광역거점도시 역할을 톡톡히 해내야 한다.
물론 완주·전주 통합은 빛 못지 않게 그늘도 있을 것이다. 지역적으로 삼례읍과 봉동읍, 용진 상관 이서 구이면 등은 전주에 가깝고 생활권도 일치하지만 비봉 운주 화산 동상 등은 거리도 멀고 농촌지역이어서 소외될 수 있다.
이번 통합논의가 '소수에 대한 배려'속에 지역이 윈윈하는 계기였으면 한다.
/조상진(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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