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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9월에 생각하는 농민 - 최동성

최동성(본지 기획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추석 벌초를 위해 고향에 다녀왔다. 임실 운암이니 전주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오가며 여섯 형제들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자연 지역 문제나 농촌 현안들을 떠올리게 됐다. 옥정호 상류지역 면소재지 주민들은 지금 수몰후 또 다시 삶터를 옮겨야 하는 아픔을 겪고 있다. 당시 네 분 형님들과 현지에서 농사를 짓는 동생은 이러한 근심을 숨기지 않았다. 모두들 댐 건설이후의 침수피해와 지역의 피폐화를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 추석은 더욱 그렇다. 어떤 분도 정가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 않으셨다. 그저 조상들의 묘역 정리에 대해, 조카들의 취업에 대해 얘기를 나눴을 뿐이다. 벌초 길에 마주친 주민들과도 대화가 길지 않았다. 풍성한 수확을 기다렸던 그들에게는 찬 바람만 불고 있었다. 떨어진 쌀값 때문이다. 농민들의 입에서는 수심 깊은 한숨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쌀 수급 조절과 가격안정에 비상이 걸렸다. 재고 급증-쌀값 하락이 이어지는데다 풍작이 예상되는 등 3대 악재가 겹쳐지고 있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이 쌀 소비 권장을 위해 추석선물로 햅쌀과 쌀국수를 보낼 계획일 정도에 이르렀다. 전라북도의 경우 3만7,000여t이 농협 등 창고에 쌓여 있다. 지난해 보다 무려 230여%나 격증했다. 올해 수확기 산지 평균 쌀값이 지난해 보다 한 가마(80㎏)당 9,000~1만2,000원 정도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풍년이상의 수확량이 예상되어 농가의 불안심리는 확산되고 있다.

 

쌀값 하락은 공급은 느는데 소비가 급감한다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근본 대책은 그만큼 쌀 소비를 해주면 되는 일이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정부가 쌀 10만t 매입과 함께 가공용 쌀 공급가격을 인하키로 하고, 또 지자체 차원의 쌀 소비촉진 운동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방정부로서는 접근에 한계가 있다.

 

문제는 정부의 대응이 임시처방식이라는 점이다. 사실 쌀 재고 급증은 이미 예상된 일 아닌가. 지난해의 쌀 대풍, 대북 쌀 지원 중단, 의무수입량 증가, 쌀 소비의 지속적 감소 등 여러 요인이 중첩돼 있다. 쌀 수매량이 적어지고, 수매가격도 떨어질 수밖에 없어 쌀 파동이 일어날 국면이다. 대책들은 그간 많이 나왔다. 정부의 신속한 쌀 매입, 대북 쌀 지원을 포함한 빈민국 쌀 무상 원조, 쌀 원료 제품 애용, 아침밥 먹기 운동 등 다양하다. 과제는 정부의 의지다.

 

해마다 반복되는 쌀값의 문제를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지 묻고 싶다. 자칫 경제논리를 앞세워 자동차를 팔아서 식량을 사오면 된다는 식의 안이한 의식이 있다면 수입 농산물의 공세에 우리 농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을 게 뻔하다. FTA가 국제사회의 공동목표라 하더라도 쌀값문제는 농민과 농업발전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운암대교에서 순창-전주 도로를 타고 집으로 오던 길, 차창을 보니 누렇게 익은 벼들이 수확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다음 달이면 농민들은 지난 1년을 결산하는 본격적인 수확에 나설 것이다. 그리고 세상이 변화하는 만큼 농사 또한 변할 것이다. 지금 우리 농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부의 대책 마련은 물론 영농실태를 돌아보고, 어떠한 여건에도 끄떡없는 경쟁력 있는 농업체제를 추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동성(본지 기획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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