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일(본지 수석논설위원)
지사나 시장 군수는 지방의 실력자다. 그들이 갖는 권한과 힘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인사권, 예산 편성권, 감사권 등 단체장이 갖고 있는 권한으로 무소불위의 힘을 쓸 수 있다.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이 시장 군수와 선거로 한판 대결하면 질 수도 있다. 단체장의 하루 일과가 선거 준비로 시작해서 선거 업무로 끝나기 때문이다. 주민들을 만나고 대화하는 것도 다 선거와 연관돼 있다.
예전에는 고시 패스해야 시장 군수 했지만 지금은 선거에서 이겨야 단체장이 된다. 임기동안 특별한 흠이 없는 한 왕 노릇을 한다. 정치인으로서 명예도 누릴 만큼 누린다. 물론 책임도 크지만 선망의 자리임에는 틀림 없다. 지난 95년부터 단체장을 직접 선거로 뽑은 이후 3연임하고 물러난 사람이 많다. 한번이나 두번만 한 사람도 있지만 거의가 3연임하고 끝난다.
단체장 한번 하면 다음 선거에서 떨어지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 있다. 입성만하면 3연임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첫 입성이 어렵다. 지금껏 3연임하고 국회의원까지 한 사람도 있었다. 현직이 선거에서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신진은 얼굴 알리는데도 한계가 있다. 현직들은 날마다 밥먹고 하는 일이 선거 준비다. 밥 먹는 것도 자기 돈으로 안 한다. 자치단체의 재정 규모에 따라 판공비도 꽤 많다.
인구가 적은 군의 군수는 임기 동안 유권자들을 거의 다 만날 수 있다.농촌은 군청과 절대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각종 재정적인 지원을 군에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군수와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이번에 전주 완주 통합이 여론조사 결과에서 무산 된 것도 다 이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다. 요즘 농촌 주민들도 선거를 여러번 하다 보니까 군수와 좋은 관계를 맺고 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인구가 많은 도시도 단체장과 친분이 두터워야 세상살기가 용이하다. 자치단체는 상당 부분 단체장의 의지대로 운영된다. 단체장이 어떻게 맘 먹느냐에 따라 운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4년 동안 자신의 업적도 남길 수 있다. 전임자가 벌였던 사업 규모가 크지만 않다면 재선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업적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세상살이가 뭣이든 오래하다보면 문제가 생기는 법이다. 지금 공직 사회는 알게 모르게 줄서기 문화가 조직을 지배하고 있다. 줄 잘서야 출세할 수 있다는 말이 널리 회자된다. 예전에는 사무관을 시험봐서 시켰지만 지금은 단체장이 배수안에 들면 누구든 시킬 수 있다. 문제는 인사에서 생긴다.돈받고 매관매직하기 때문에 비리가 터진다. 은밀하게 자기들만이 거래한다고 하지만 세상에는 비밀은 없는 법이다.
시장 군수는 선거 때 신세를 많이 진다. 임기 동안 다 갚아야 한다.누가 선선히 돈 갔다 줄 사람이 있겠는가. 다 보험 들은 것이나 다름 없다. 사업가는 사업가대로 공직자는 공직자대로 끈을 맺는다. 그래야 출입도 편하고 반대급부도 챙길 수 있다. 이게 민선시대의 새로운 풍속도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한 사람이 12년간이나 하는 것도 부작용이 많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고갈되고 아집과 독선이 생길 수 있다.
건강한 자치단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법을 고쳐서라도 두번만 하도록 해야 한다. 두번 열심히 하면 지역도 발전하고 단체장도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다. 부정과 부패를 막기 위해서라도 두번이면 족하다. 현직들은 너무 억울하게 생각할 일도 아니다.
/백성일(본지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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