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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갈등의 병과 소통의 힘 - 최동성

최동성(본지 기획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지난주 우리는 새해 첫 자락을 시무식과 인사회로 통과했다. 새로운 삶과 새로운 세상을 맞고 싶다는 의욕들이 피어났다. 뭔가 희망의 지평이 열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 소망의 중심엔 나와 조직의 가는 길에 '잘못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 때문'이라는 발상을 털어내려는 뜻이 담겨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새롭고 신선한 시간대를 침범하는 작금의 갈등 문제는 협동공세로도 잘 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사회적 비용이 많은데다 갈등으로 심신이 고달픈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념·계층·지역·세대 갈등이 우리의 고질병이다. 아직도 벌어지는 좌와 우의 싸움은 보수의 눈으로 보면 사회는 보수의 논리로 돌아가고, 좌파의 눈으로 접근하면 진리는 좌쪽에 있다. 그러니 해결이 안된다. 계층과 지역·세대도 매한가지다.

 

돌이켜보면 지난해는 유난히 갈등이 심했던 것 같다. 오늘 발표될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갈등은 해가 바뀌어도 정치권이나 국민들 사이의 최대 갈등이슈로 살아 있다. 정부와 자치단체, 여야, 여당내 내부갈등이 충돌 양상이다. 서로의 전투적인 자세는 국론분열과 국민갈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북은 상대적인 '블랙홀'의 우려로 이미 새만금 산업지의 투자 모집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엊그제 출범한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운영위원회는 시기가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사회갈등의 치유를 경제 살리기보다 선결과제로 보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회의 갈등은 그 자체가 아니라 갈등을 제대로 표출하고 대표할 세력이 없다는데 있다. 각계의 중층적 갈등 구조를 가진 갈등문제를 다루면서 특히 이 점은 유의해야 한다. 혹여 갈등 자체를 없애겠다고 달려든다면 자칫 위선적이고 위험한 일로 비쳐질 수 있다. 근원적 처방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고건 위원장의 '철저한 정치적 중립입장에서 사회갈등의 해소를 위한 정책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은 기대된다.

 

전북에서는 새해들어 35사단 이전문제가 가장 첨예한 갈등사안의 하나로 떠올랐고, 새만금 신천지를 둘러싼 군산과 김제, 부안 간 지분갈등이 최근 측량작업이 실시되면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전주와 완주의 통합 무산에 따른 지역 갈등의 상처도 남아 있다. 올해는 사상 유례없는 8개의 지방선거까지 겹쳐 갈등의 불씨가 곳곳에 잠재한다.

 

변혁 속에서 맞는 새해 벽두에 갈등의 시대정신을 생각해 본다. 습관적 대결과 반목이 아닌 동반자 정신이 살아나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무조건 사회통합은 현대사회의 생존조건인 다양성의 요구에 배치된다. 문제의 핵심은 통합보다 소통이라고 본다. 더 소통한다면 이렇게 사회가 혼란스럽지 않을 것이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갈등의 조정과 통합을 근본으로 하나 소통의 힘을 확실하게 보여달라. 그래야 벽처럼 단단한 갈등들이 서서히 풀릴 것 같다. 소통은 이런 저런 갈등을 풀어가는 '합성행위'가 아닌가.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소통의 실천이념을 화이부동(和而不同)으로 보고 있다. 생각이 서로 다르더라도,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소통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그의 말에 공감한다. 새해에는 소통의 세상을 염원한다.

 

/최동성(본지 기획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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