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일(본지 객원논설위원)
군(軍)에 갔다 온 사람이라면 이런 농담 하나는 꼭 들었을 것이다. 육군 공수부대 장교와 해군 UDT 대원이 해변 모래사장에서 만났다. 둘 다 휴가중 마신 술로 만취상태였다. 공수부대 장교가 해군 하사관인 UDT 대원에게 경례를 하지 않았다고 혼을 냈다. 그러나 UDT 하사관은 장교에게 고분고분 하지 않았다. 둘 사이에 싸움이 붙었다. 누가 이겼을까? 살벌하기까지 한 대결 끝에 결국 무릎을 꿇은것은 장교였다. '공수부대도 강하고 UDT도 강하다. 그래도 UDT가 조금 더 세다'그게 결론이다.
해군 특수전여단에 소속된 UDT 대원들은 해안의 수중정찰과 장애물 폭파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해병의 상륙작전에 앞서 투입되는 정예 요원 들이다. 이런 UDT의 활약상은 전쟁영화나 TV드라마등을 통해 일반에 잘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대원들에게 강인한 체력은 필수적이다. 혹한기에도 수중작전을 수행할수 있도록 혹독한 훈력을 받는다. 고무보트를 이용한 해상훈련은 그야말로 체력의 한계를 넘나드는 지옥훈련이다. 이렇게 단련된 몸이니 람보가 따로 없다.
천안함 침몰이라는 비극의 현장에서 한명의 해군 영웅이 탄생했다. 고 한준호 UDT 준위다. 그는 실종된 후배 장병들을 구하기 위해 차가운 서해 바다에 뛰어 들었다가 목숨을 잃었다. 국민들이 애통해 하고 있을때 그는 국가와 해군의 명예를 지키며 살신성인으로 군인의 사명을 다 한 것이다. 그제 치러진 그의 장례식은 UDT의 눈부신 활약상과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새삼 일깨운 값진 교훈으로 기억돼야 할 것이다.
천안함 침몰사고가 난지 오늘로 꼭 열흘째다. 아직 실종 장병들이 발견됐다는 소식은 없다. 사고원인도 속시원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어뢰·기뢰·암초·피로파 괴설등 온갖 추측성 보도만 요란하다.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의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내용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더 흥미를 끌 정도다. 그런 가운데 자유선진당 박선영의원은 4월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은폐설까지 주장해 눈길을 끈다. 박의원은 대정부 질문에서 4월중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고 남북간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기 위해 북축의 도발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김태영 국방장관은 펄쩍 뛰었다. 황당무계한 이야기라는 표현까지 썼다. 그러나 TV 중계를 통해 이 장면을 직접 보고 들은 시청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답이 잘 안나온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천안함 침몰사고의 원인은 결국 밝혀 질 것이다. 그 때 국민들이 한 점 의혹없이 정부의 공식 발표를 믿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정부의 몫이다.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백령도 현장까지 찾아가 사태수습을 독려했다고 해서 사태 해결이 빨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튼튼한 국가안보는 오직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승일(본지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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