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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새만금의 계단 - 최동성

최동성(본지 기획사업국장겸 논설위원)

 

새만금 방조제가 마침내 완공됐다. 대견스럽고 자랑스럽다. 첫 삽을 뜬지 19년 만이다. 어마어마한 새로운 땅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듯한 바닷길을 보며 도민들은 그간의 우여곡절 또한 쉽게 잊진 않을 것이다. 이제는 새만금이 애초 정치적 계산에서 나왔기 때문에 정치에 눌려 있는 실용을 찾아내는 르네상스를 해야 한다. 현 정권은 과연 이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새만금 사업은 1991년 노태우 정부에서 시작해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쳐 이명박 정부까지 5개 정권을 거치면서 본 궤도에 오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원을 약속하지 않은 대통령이 없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7년12월 대선후보로 전주를 찾아 "방조제 축조사업을 신명 걸고 완성하겠다"고 말하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5년2월 새만금 방문길에 "농토확장의 간척사업을 공업화 방향으로 바꿔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다짐을 이어갔다. 김 전 대통령은 1997년 대선후보로 "새만금 내부개발 특별법을 통해 환황해권 생산·교역·물류 전진기지로 육성하겠다"고 밝혔고, 노 전 대통령도 2002년3월 후보 시절 "대통령이 되면 확실히 밀겠다"며 유세장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12월 익산에서 "새만금을 중심으로 전북과 국가발전의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겠다"며 주민들에게 호소했다.

 

물론 새만금에 대한 정치적 접근은 대통령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국회의원 선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심지어 새만금지구와 상관이 없는 시군의 지방의원 선거에서 까지 새만금 사업은 선거판의 단골메뉴로 등장했다. 2002년 부안군의원에 출마한 한 후보는 이 사업을 반대한 전력으로 경쟁자들의 공격을 받아 선거에 실패한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새만금은 국책사업이지만 다분히 정치 프리즘을 통해 굴절됐다. 앞으로도 이용할 정치권이다. 새만금은 넓어지는 땅만큼 무한한 가능성을 던져 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표현대로 '동북아 경제중심지'로서 잠재력도 품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청사진이 현실로 나타나기까지는 숱한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새만금 사업은 그만큼 난해한 방정식이다. 먼저 재원문제를 꼽을 수 있다. 2020년까지 필요한 21조원 중 10조원 가량은 국비로 충당하지만, 나머지는 민자로 조달해야 한다. 4대강, 세종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대규모 국책사업을 줄줄이 벌여놓은 마당에 새만금에만 자본이 몰리겠는가 하는 회의론이 없지 않다. 5급수 안팎에 머물러 있는 수질은 다목적 용지에 걸맞게 3급수 이하로 끌어올려야 한다. 주변 생태계의 보호를 고려하는 환경과의 조화도 해결해야 하며, 투자유치와 분양가 문제, 사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확산을 위한 홍보활동을 외면해서도 안된다.

 

현재 새만금 사업은 간척지 용도의 윤곽만 잡혀있을 뿐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둑만 쌓았다고 저절로 세계적인 명품 수변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성패는 차근차근 기반을 다져나가려는 의지에 달려 있다. 사업추진에서 화려한 엘리베이터형 정치적 의도 보다 지금은 고집스럽게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는 계단식 실용을 내놔야 한다.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행정적 차원에서 접근해야만 우리가 꿈꾸는 신화를 볼 수 있다.

 

/최동성(본지 기획사업국장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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