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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우뇌와 감성의 시대 - 이영탁

이영탁(세계미래포럼 이사장)

20세기까지의 인류역사가 좌뇌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우뇌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우리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며 기능적인 면을 중시하는 소위 좌뇌 중심의 사고와 관행에 젖어있었다. 교육도 인간의 좌뇌를 개발하는데 치우쳐 있었고 결과적으로 많은 지식근로자를 배출하였다. 나라마다 이들을 중심으로 하여 엄청난 경제발전의 토대를 마련하였으며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전에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물질적인 부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며 기능적인 면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감성적이고 직관적이며 큰 그림을 보는 우뇌적 사고가 없이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었다. 갈수록 물질적 풍요가 확산되는 세상에서는 좌뇌적 사고보다 우뇌적 사고가 더욱 필요해질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보자. 좌뇌적으로 판단하면 양초는 불을 밝히는 데 사용된다. 따라서 전기의 보급이 보편화된 지금은 양초가 필요 없어졌다. 그러나 실제는 어떤가. 요즘 양초는 단순히 어둠을 밝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멋진 분위기를 만들고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양초의 운명은 전기의 등장과 함께 사라진 게 아니라 이러한 용도 때문에 우리 곁에 확고히 자리 잡게 되었다.

 

인간은 좌뇌와 우뇌를 통해 이성과 감성을 각각 작동시킨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을 때는 이성적인 것만 가지고도 충분히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풍요로움을 즐기면서 살아가는 요즘은 그 양상이 다르다. 풍요의 시대에는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면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아무리 잘 따져서 설명하더라도 시각적 또는 정신적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면 공감을 얻지 못한다.

 

이를 두고 어떤 사람은 수천 년 지속되어 온 좌뇌 중심의 역사가 바뀌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좌뇌형 사고에 운전석을 맡기고 우뇌적 사고를 조수석에 앉혔다면 이제는 우뇌에게도 이따금씩 운전대를 잡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과소평가되고 무시되었던 우뇌형 재능이 도약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 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원래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샬이 한 말로서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자세이지만 요즘 우리 모두가 되새겨야 할 말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여기서 차가운 머리가 지성 즉 냉철한 분석과 판단을 의미하고, 따뜻한 가슴이 감성 즉 포용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머리로만 얘기하고 가슴으로 소통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갖가지 문제들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예를 들어 젊은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애기 낳기를 권유했다고 하자. 장차 다가올 인구 감소와 고령사회의 문제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렇다고 당장 자식 낳기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머리로는 수긍할지 몰라도 가슴으로 느끼면서 감동까지는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종시 문제만 해도 그렇다. 수도분할의 문제를 이해하면서도 정부시책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것은 감성적인 판단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지를 정리해 보자.

 

첫째, 집단지성을 모아 활용해야 한다. 혼자서 판단하지 말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 결론을 내도록 하자. 아무리 좋은 일도 독선적으로 처리하다보면 그르치고 만다. 이제는 영웅이 없는 세상이다. 모든 사람이 다 현명하고 똑똑해졌기 때문에 이 사람들의 지혜를 잘 모으면 아무리 잘난 사람도 당해 낼 수가 없다. 지금 세상을 움직이는 막강한 힘은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무장한 개개인으로 급속하게 이동하고 있다. 이들은 세상을 무서운 속도로 바꾸고 있으면서 동시에 세상을 바꾸는 방식까지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지위의 높낮이가 별의미가 없다. 굵은 머리보다 긴 꼬리가 중요하게 되었다. 지도자 몇 사람의 의견보다는 각 분야에 산재해 있는 다수 보통사람들의 의견이 중요하다. 위키노믹스(Wikinomics)는 인터넷시대의 일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여러 사람의 협동이 곧 그것이라고 한다. 이런 판에 아직도 정부나 기업에서 큰일을 구상할 때 몇몇이 모여 배타적으로 계획을 세우다가는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일을 하기 전에 세상환경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둘째, 논리적 설명보다는 감성적 설득이 필요하다. 누가 몰라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기분 나쁘고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 반대하는 세상이다. 원래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파진다는 식으로 시샘이 많은 우리들이다. 필요하고 옳은 일인데 왜 찬성하지 않느냐고 따져 봤자 별 소용이 없다. 마음이 움직이도록 처음부터 껴안고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작부터 여러 사람이 동참하여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의 일처리가 아니고서는 되는 일이 없는 별난 세상이 되었다.

 

셋째, 매사를 솔직하게, 그리고 공개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이제 개인의 사생활은 보호받지 못하는 세상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이 PC에 고스란히 남아 있고,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으며, 신용카드 사용명세서에 다 기록되어 있다. 밖으로 나다니면 하루에 수십 번씩 감시카메라에 찍힌다. 세상은 무서울 정도로 투명해졌다. 이런 판에 누구 모르게 일을 한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제 정부나 기업은 과거보다 더 투명하고 더 솔직하게 일해야 한다. 혼자서 남몰래 일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세상 사람들의 눈과 귀가 워낙 발달해 있어 정부나 기업이 무엇을 하는지는 물론이고 무엇을 생각하는지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정부나 기업의 솔직하고 투명한 일처리야 말로 국민이나 소비자의 이해와 협조를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확보해 나가는 길이다.

 

21세기는 우뇌적 사고가 크게 작용하는 감성의 시대다. 그동안 지속되어온 좌뇌 중심의 논리적 사고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뇌의 시대에 사람들의 마음을 제대로 움직이자면 논리적 접근보다는 감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유를 들이대면서 따지기 보다는 마음을 움직여 내편을 만들어야 일이 성사되는 그런 세상이 되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영탁(세계미래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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