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진(본지 논설위원)
민선 지방자치 5기가 새롭게 출범했다. 도내에서도 도지사와 교육감, 14개 시장군수, 교육의원, 지방의원 등 모두 256명의 지역 리더들이 4년 임기의 스타트 라인을 출발했다. 저마다 부푼 꿈과 새로운 각오를 다졌을 것이다.
이 중 김완주 지사는 출범사에서 "도민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전라북도의 위대한 새날을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임진왜란때 배 13척과 수군 120명으로 일본군을 격파한 이순신 장군의 예를 들며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전북경제를 살리겠다고 다짐했다. 서릿발같은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비장한 취임사에 비해, 사실 김 지사는 이번에 비교적 손쉬운 선거를 치렀다. 상대가 약해(?) 처음부터 싱거운 게임이었고 재선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선거기간 내내 '표정관리'모드였다.
그 동안 김 지사 주변에는 듣기 좋은 소리가 넘쳐났을 것이다. 불나방처럼 사람들도 몰려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그의 성공과 전북발전을 위해 몇가지 쓴소리를 던지고자 한다. 정책분야에 한해서다.
첫째, 말이 너무 앞선다는 점이다. 한 예만 들겠다. 김 지사는 4년전 '중국의 만리장성을 넘겠다''전북을 한국의 4강으로 만들겠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당선 후에도 "먹고 사는 문제, 취업과 교육문제를 해결해, 낙후 전북을 16개 시도중 4강에 올려 놓겠다"고 공언했다. 여기서 4강이 어떤 분야를 말하는지 확실하지 않으나 경제를 포함해 전북이 4강인 것은 눈을 씻고 보아도 찾기 힘들다. 반면 밑에서 4강은 수두룩하다. 당시 독일월드컵 열기때문에 좀 과장되게 말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둘째, 현안인 LH공사 문제다. LH공사는 김 지사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 정책 판단의 오류라 할 수 있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는 DJ 정부 때 이미 통합되어야 한다는 용역결과가 나와 있다. 당시 용역기관 책임자는 국토연구원 이정식 원장과 KDI 강봉균 원장이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통합본사 유치가 힘들다고 지레 겁먹고 분산배치를 주장했을 수 있다. 하지만 두 기관의 통합은 필수적이다. 또 이미 통합된 공기업을 분산 배치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 전북지사 정운천 후보의 방안이 합당하다.
세째, 김 지사는 민선 5기 도정의 최우선 과제로 '일자리'를 꼽았다. 4년 전부터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직하고 싶다"는 젊은이의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맞는 말이다. 이 시대 최고의 인권과 복지는 일자리다. 그래서 김 지사는 이번에 4-4-4, 즉 4년간 기업 400개와 일자리 4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일자리 4만 개 창출은 '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비정규직이나 희망근로 수준이 아닌 좋은 일자리(decent job)의 경우 더욱 그렇다. 도내 대학 졸업생이 1년에 2만 여명 배출되는 것을 감안하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4년 후 냉정한 평가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김 지사는 지난 4년간 많은 일을 했다. 새만금 분야를 비롯 국가식품클러스터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데 그 다음이 보이질 않는다. 벌려 놓은 사업을 추스리겠다는 것인지, 대형국책사업을 발굴하지 못해서인지 모르겠다. 또 김 지사는 갈수록 너무 겉포장에 치우치는 감이 없지 않다.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한 것인 만큼 너무 노여워 하지 마시라.
/조상진(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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