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등용의 가장 오래된 고전으로 꼽히는 책이 육도(六韜)다. 3000여 년전 위수(渭水)에 곧은 낚시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던 강태공이 지은 병법서다.
강태공은 주(周)나라 문왕이 인재를 찾아 떠돌다 발탁한 개국공신으로, 나라의 기틀을 세우기 위해 인사시스템을 확립했다. 그것이 필징지법(八徵之法)이다. 인재를 발탁하는 8가지 기준인 셈이다.
첫째 전문성(詳), 둘째 위기관리능력(變), 셋째 성실성(誠), 넷째 도덕성(德), 다섯째 청렴성(廉), 여섯째 여자관계(貞), 일곱째 용기(勇), 여덟째 술 취한 뒤의 태도(態)가 그것이다.
주나라는 원래 은나라에 비해 상대가 되지 않는 작은 나라였다. 그러나 철저한 인재검증으로 은나라를 꺾고 최후의 승자로 남았다.
또 2600 년전에 쓰여진 손자병법에도 5가지 인사발탁 기준이 나온다. 실력 또는 지혜(智), 믿음(信), 인격(仁), 용기(勇), 엄격함(嚴) 등이다.
이처럼 옛 병서에는 인재발탁을 전쟁 승리의 첫째 요건으로 삼았다. 그리고 군주들은 인재를 구하기 위해 천리 길도 마다하지 않았다. 남양의 시골 구석까지 세번씩이나 찾아가 당대의 뛰어난 전략가 제갈량을 얻은 유비의 예는 너무나 유명하다.
요즘 전북도 관련 인사를 보면 인재를 널리 구하는 게 아니라 축소지향의 인사여서 걱정이다. 새로운 피를 수혈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지 않고 줄어드는 전북의 인구처럼 자꾸 쪼그라는 양상이다. 코드인사, 회전문인사, 보은인사 라는 말이 허언이 아닌듯해 하는 말이다.
이미 언론에 여러번 지적된 바지만 전북발전연구원장, 전북중소기업지원센터장, 전북경제살리기도민회의 사무총장, 공보과장 등을 김완주 지사의 선거캠프 사람들이 차지했다. 정무부지사 역시 본연의 역할보다 김 지사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했다는 해석이 분분했다. 또 체육회 관련 인사는 관행적으로 지사 측근으로 채워졌다.
공모에 들어간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청장이나 개방형인 서울투자유치사무소장 자리를 누구에게 맡길지도 관심사다.
이 중 경자청장은 이춘희 청장이 재응모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갖춘 인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인듯 하다.
앞으로 설립될 전북문화재단 인사는 더 큰 문제다. 김 지사는 문화재단 설립을 밀어부치다 최근 한발 빼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기자간담회에서 "공무원이 할 수 있는 일과 중복되는데다 설립하지 않아도 예산상 불이익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조례를 제정했고 김 지사의 선거공약이어서 설립은 시기가 문제일 뿐이라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관건은 재단 설립시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다. 그리고 그 운영은 인적구성에 달려있다. 즉 이사장과 대표이사, 이사진, 사무처장 등에 누구를 앉히느냐가 중요하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그동안 친김(親金)세력을 형성해 온 소위 '문화권력자'들의 포진이다. 김 지사의 인사 스타일로 보아 주위를 감싸고 있던 문화권력클러스터들의 놀이터가 될 공산이 크다.
이러한 인사문제와 관련, 얼마전 도의회 김호서 의장의 언론 인터뷰는 의미심장하다. "친위부대에 둘러싸인 도정으로는 전북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강태공이나 제갈량 같은 이를 삼고초려하지는 못할망정 더 이상 축소지향의 인사를 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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