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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종교와 과학의 거리 - 서홍관

서홍관(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 국립암센터 의사)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1978년 시험관아기 기술을 세계 최초로 성공시킨 영국 에드워즈 박사가 선정됐다. 이 기술을 이용해 현재까지 약 400만 명의 생명이 태어났다고 한다. 시험관 아기는 아기를 간절하게 원하는 불임부부들에게 과학이 가져다 준 커다란 희망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교황청은 이번 노벨상 수상에 대해 "에드워즈 교수가 없었다면 수백만개의 난자가 팔리는 시장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고, 인간배아로 가득찬 수많은 냉동실도 없었을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교황청은 시험관 아기 뿐아니라 기본적으로 인간이 생명의 탄생에 개입하는 어떤 시도도 잘못된 것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자녀의 수를 조절하기 위해 콘돔이나 정관수술을 비롯한 어떤 방법도 금지하며 인공임신중절술을 반대하기 때문에 심지어 강간으로 인해 임신하더라도 그 아이를 낳도록 권하고 있다. 그 조차도 신의 뜻이라는 견해를 교황청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톨릭 신도들조차도 이런 교황청의 견해를 현실적인 이유로 제대로 따르지 못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가톨릭 신자들도 자녀를 조절하기 위해 갈등을 느끼면서도 콘돔을 사용하거나 정관수술을 받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종교와 과학은 자주 갈등을 빚어왔다. 과거에 종교가 우위일 때는 신학자들이 과학자의 새로운 발견이 옳은지 아닌지를 판단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갈릴레이의 지동설에 대해 교황청에서 대대적인 탄압을 한 사건이다.

 

지동설이 제기되었을 때 신학자들이 지동설이 틀렸다고 주장한 근거는 구약성서 여호수와 10장에 있었다. 성서에는 여호수아가 아모리 다섯 왕과 전투를 할 때 태양과 달을 멈추도록 여호와께 부탁했고 여호와는 태양과 달을 멈추었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그들은 '만약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다면 여호와가 지구를 멈추도록 하셨겠지만 태양이 돌았기 때문에 태양을 멈추도록 하신 것'이라고 하면서 천동설이 맞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지금 기독교의 신학자들이나 신도들이 성경을 근거로 지동설을 부정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것은 누가 봐도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한 일들이 다윈이 150년 전에 진화론을 발표했을 때도 벌어졌다. 다윈은 자신의 면밀한 관찰과 화석자료를 토대로 자연선택이 이 모든 생명체 변화의 기본원리임을 주장하고, 대담하게도 모든 생명체가 한 가지 공통조상으로부터 왔다고 추론하였다. 그 뒤 우주와 지구의 생성 과정에 대한 발견과 화석 자료의 발견은 물론이고, DNA 발견 이후 현생 생명체들의 유전자에 대한 분석을 통해 많은 생명과학자들은 다윈이 150년 전에 내린 결론이 옳다는 것을 경이롭게 체험하고 있다.

 

우연히 케이블방송에서 유명한 목사님이 강론을 하시는 걸 보게 되었다. "진화론은 내가 아주 간단히 깰 수 있단 말여. 원숭이에서 사람이 되었으면 그 중간 것이 있을 것 아녀. 그런데 그런 것이 왜 없냔 말여. 그리고 원숭이가 사람이 되었으면 원숭이는 싹 없어졌어야 하는데 원숭이가 왜 남어 있냔 말여." 그 설교를 듣는 신도들은 깔깔대고 웃으면서 목사님의 정곡을 찌르는 듯한 명쾌한 강론에 감탄하는 듯 했다. 그런데 생물시간에 제대로 들었다면 중·고등학생도 진화론이 그런 것이 아니란 것은 안다. 진화론은 원숭이가 사람으로 변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과 원숭이의 공통조상으로부터 지금의 원숭이와 사람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할 뿐이다. 그리고 그 공통조상은 사라지고 만 것일 뿐이다. 자신이 신도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그 목사는 진화론을 강론하려면 진화론에 대해 최소한의 공부는 했어야 한다.

 

종교가 과학을 지나치게 간섭하면 비극이 발생한다. 수 천년 전에 쓰여진 저술들을 근거로 종교가 과학을 구속할 경우에 발생하는 모순과 폐단을 막기 위해 종교가 종교 본연의 영역인 인생의 목표와 행복, 인간 영혼의 구원에 집중한다면, 과학과 상생하는 길이 될 것이다.

 

/ 서홍관(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 국립암센터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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