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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담배 가격 인상과 정책조정 기능의 상실

/정진승 (APEC기후센터 소장)

최근 보건복지부 장관이 "흡연율 감소를 위하여 세계보건기구(WHO)와 담배가격의 적정수준에 대한 대안을 물색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시작으로 담배가격 인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반면 국무총리는 "복지부 입장에서는 검토하는지 모르겠지만 서민물가 등을 고려해 신중해야 할 문제이며, (담배가격을)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담배가격 인상에 관한 정부 고위공무원들의 상반된 의견을 들으면서 우리는 두 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담배가격 인상이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가 하는 점과 과연 행정부 내에 정책수립 과정에서 발생되는 부처 간의 이견을 조정하는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는가 하는 우려이다.

 

복지부가 담배가격을 인상하려는 주요 이유는 첫째, 흡연율의 감소를 통하여 흡연이 주요 원인인 암, 뇌졸중, 관상동맥질환 등의 발생률과 사망률 감소를 유도하려는 것이다. 둘째, 복지부는 담배가격의 인상을 통하여 얻어지는 추가적인 수입을 일반재정의 지원 부족으로 지연되고 있는 보건의료서비스의 확충과 질 향상에 투입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리고 셋째, 흡연은 당사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비흡연자들에게도 건강상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외부효과를 가짐으로 국가가 금연정책을 추진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의 주장에 대하여 행정부의 관련부처, 국회, 그리고 이해당사자들은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이 갖는 이견은 담배는 습관성이 있는 기호식품으로 가격 상승이 장기적으로 흡연율 하락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담배가격 인상으로 인하여 발생되는 추가 수입이 흡연 관련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만 국한되어 활용되는지 확실치 않으며 오히려 일반재정에서 지원되어야 하는 복지부의 사업들을 편의상 담배가격 인상으로 발생되는 수입으로 운용하려는 의도가 많으며 이는 재정의 일반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흡연자들의 권리에 대한 침해와 함께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친서민 정책과 상충되는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특정 부처의 정책은 다른 부처에도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관련 부처 간의 이견을 조정하기 위하여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부처 간의 협의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나아가 규제개혁위원회, 차관회의,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를 통하여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도록 법제화하고 있다. 최근 담배가격 인상에 관한 국무총리, 관련부처의 이견을 들으면서 과연 부처 간의 정책조율을 담당하는 국무총리실이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 하는 점과 보건복지부를 포함한 관련부처들이 정책수립 과정에서 법에 명시된 협의과정을 충실히 지키고 있는지에 대하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담배가격 인상에 관한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 수년간에 걸쳐 복지부는 유사한 논리를 동원하여 가격인상을 지속적으로 시도한 바 있으며, 관련부처는 항상 유사한 논리로 지연, 또는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여 왔다. 지금까지 반복적으로 논란이 되어왔던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파급효과, 담배가격의 인상이 흡연율의 감소에 미치는 영향, 담배가격의 인상으로 발생되는 추가적인 재원의 활용방안 등은 이미 국내·외에 많은 사례가 있으며 부처 이기주의를 벗어난다면 단기간에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과제들이다.

 

지금부터라도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부처 간의 협의를 진행하여 담배가격 인상 여부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고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성을 회복해야 한다.

 

담배가격 인상과 같은 비교적 간단한 정책에 관하여도 범정부적인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남북문제와 같이 복잡하고 이해가 첨예하거나 대립되는 정책을 행정부는 어떻게 다룰 것인가? 정부가 부처 간의 협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어떻게 외부의 이해당사자들과 이미 다음 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는 국회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

 

정부의 강력한 흡연율 감소정책이 지연되어 수없이 많은 국민들이 흡연으로 인하여 생명을 잃는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 정진승 (APEC기후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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