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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착각과 환상에서 벗어나라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북한은 왜 연평도에 기습 포격을 감행했을까. 정보가 부재한 상태에서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북한이 도발 전에 행한 일련의 행동들을 면밀히 고찰하면 윤곽이 드러난다.

 

올해 북한은 3월 천안함 폭침, 5월과 8월 김정일의 중국 방문, 11월 고농축 우라늄 시설 공개와 연평도 기습 포격 등 이례적인 행동들을 취했다.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올해 김정일의 두 차례 중국 방문은 3대 세습체제를 인정받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문제는 이런 추정이 맞는다면 북한은 철저하게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북한은 아시안 게임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 핵 전문가를 불러들여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했고, 뒤이어 연평도를 기습 포격했다. 더구나, 북한은 중국 후진타오 주석의 개혁·개방 충고나 6자회담으로의 복귀를 철저하게 무시하면서 독자적인 무모한 행보를 계속 취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북한의 최대 현안은 3대 세습 체제 구축이 아니라 핵 무장을 통해 주체 국가로 거듭나 2012년에 강성 대국을 완성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런데 북한의 이런 의도와 목표를 달성하는 데 걸림돌은 역설적으로 미국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일 수도 있다. 중국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동북아의 핵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필연적으로 일본이 핵을 갖게 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표면상으로 북한과의 혈맹관계를 강조하고 북한의 후원자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활용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런 중국의 이중적 태도에 북한은 저항하고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치밀한 전술을 구현하고 있는지 모른다.

 

따라서 북한이 노리는 것은 미국이 할 수 없이 파키스탄의 핵 보유를 인정한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도록 하는 것 일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이 연평도 포격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은 바로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로 인해 불어 닥칠 국제사회와 중국의 비난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술책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한 이런 추론과 진단에 근거한다면 우리는 그동안 품고 있었던 착각과 환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첫째, 중국이 북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환상이다. 북한은 중국이 현재와 같은 집단지도체제와 2012년에 시진핑을 중심으로 제 5세대 체제로의 출범 전까지는 어느 누구도 홀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무리를 해서라도 2012년까지 핵 무장을 완성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째, 햇볕정책의 허구성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햇볕정책 추종자들은 햇볕을 쪼이면 북한이 언젠가는 변화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었다. 반면, 북한은 교묘한 위장평화 전략으로 대한민국 국민을 기만했다. 북한의 이런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채 민·군이 죽고 연평도가 쑥대밭이 됐는데도 햇볕정책의 지속이냐 폐기냐를 놓고 대립하고 갈등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셋째, 김정일의 건강 악화와 경제난과 대량 탈북 등으로 민심이 요동치면서 북한은 곧 망할 것이라는 착각이다. 정치 경제, 사회, 국방 분야에서 북한의 불안정성은 과거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아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김정일의 체제 장악 능력, 당, 군 공안기구의 통제력, 국가의 위기 대응 능력 등을 포함한 북한의 통제 역량은 오히려 증가했을 수도 있다.

 

이제 북한 스스로 핵을 포기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정부와 국민이 무엇을 해야 할 지 분명해졌다. 정부는 치밀하게 준비해서 말보다는 제대로 된 응징을 해야 하고, 국민들은 북한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해 단합된 모습으로 국가 안보의 최전선에 서야 할 것이다. '하나된 국민이 최강의 안보'라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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