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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중·미 정상회담과 한·미동맹 외줄타기

박후건(경남대 교수·정치외교학)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중·미 정상회담은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진정한 G2 국가로 거듭나는 것을 알리는 전주곡이었다. 1990년 소련의 몰락 이후 미국은 유일한 슈퍼파워였으나, 냉전 당시 미국과 소련의 관계와 현재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먼저 소련은 미국에 버금가는 군사대국이었으나, 경제적인 면에서는 미국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은 미국 다음의 경제대국이며 연간 10%가 넘는 경제성장을 하고 있어 조만간 미국을 뛰어 넘고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다.

 

둘째, 소련과 미국은 서로간의 교류와 대화를 극소화하고 노골적으로 적대시하는 냉전을 치렀지만, 현재 중국과 미국은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용어에서 나타나듯이 경제적 공생관계를 이루고 있다. 셋째, 소련은 군사력을 바탕으로 동부유럽에서 다수의 위성국가를 갖고 있어 불안정한 블록을 이루고 있었지만, 중국은 전 세계 인구의 1/4을 갖고 있으면서 문화적으로는 수천 년 동안의 통일을 이루고 있어 매우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세계를 양분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들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므로 이들이 나눈 대화와 협상 그리고 공동성명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문제는 이것들을 제대로 해석하는데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의 눈길을 끈 것은 역시 양 정상들이 나눈 북한관련 안건과 중·미 간에 채택된 공동성명 제18항이다. 미국의 유력지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타임즈는 오바마 미국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공산당 주석이 주요 안건이 논의되는 소규모 비공식 만찬에서 북한문제에 가장 큰 비중을 두었다고 보도하였다.

 

여기서 오바마 대통령은 만약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을 하지 않으면 미국은 자국영토에 대한 북한의 잠재적인 공격을 막기 위해 아시아 지역에 병력을 이동배치(redeploy)할 수밖에 없음을 경고했다고 한다. 또한 발표된 공동성명 제18항에서는 '한반도의 비핵화,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이뤄진 기타약속 전면적 이행, 북한이 주장하는 우라늄 농축프로그램(UEP)에 대한 우려 표시, 그리고 6자회담 프로세스의 조속한 재개 등을 담고 있다.

 

국내·외 주요 언론들은 비공식 만찬에서 나온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과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에 대한 우려표시를 중국도 북한 압박에 동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한국의 입장이 보다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포함된 동북아 정세를 조금만 주의 깊게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의 UEP에 대한 우려표시를 이끌어낸 것을 외교적 승리로 해석하고 있으나 중국이 북핵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의 의장국으로 있듯이 중국은 북·미 간 대화를 늘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그러므로 중국이 북한의 UEP에 대한 '우려'명시는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미국측 공동성명에는 부정적 의미의 deep concern이 사용됐으나 중국측 공동성명서에는 부정적 의미의 '우려'보다는 중립적 뉘앙스의 '큰 관심을 표시했다(表示關切)'는 표현이 사용됐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이 소규모 비공식 만찬에서 한 북한 위협에 대한 미군 재배치 발언은 그동안 미국의 대북전략인 '전략적 인내'가 마침내 종지부를 찍고 적극적 대응으로 전환함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북한이 바라던 것이다. 이것은 주류 언론에서 보도하듯이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여 북한 압박에 동참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며 보다 설득력 있는 해석이다.

 

중국이 목표로 하고 있는 소강(小康)사회건설을 위해서는 흑룡강, 길림, 요령성, 내몽고 등 동북4성 개발을 완성해야 하고, 동북4성 개발의 완성을 위해서는 북한의 적극적인 동참과 협력 그리고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가 필수 조건들이다. 이러한 중국에게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북한 압박정책을 구사하고 있는 한국은 관리대상이다. 중국이 한국을 관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미국을 통해서이다. 영원한 우방도, 또 영원한 적도 없는 것이 국제관계의 냉엄한 현실이다. 한·미동맹이라는 외줄타기만을 하는 한국이 왠지 불안해 보인다.

 

/ 박후건(경남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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