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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일 칼럼] 鄭 丁 감정싸움만 할 건가

손학규대표가 전북을 안방처럼 드나든다. 이춘석의원을 대변인으로 기용해 통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동영·정세균으로 양분된 전북이 손대표 등장으로 삼각구도가 형성됐다. 임정엽 완주군수·김호수 부안군수도 가깝게 붙어 있다. 알게 모르게 손학규계가 세를 얻어가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정동영후보가 패한 이후 정세균의원이 당 대표를 맡았지만 전북 정치권은 과거보다 힘이 약해졌다. 정후보가 대패한 후 야당으로 구심점 없이 각개약진했기 때문이다.

 

이런 판국에서 김완주지사는 야당 지사로서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예전의 원군들도 따로 노는 형국이라서 딱히 큰 힘이 안된다. 정치를 함께 시작한 정동영·정세균의원은 예전만해도 호형호제하며 잘 지냈다. 그러나 지금은 앙앙불락하며 편치 않은 사이로 변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2위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정동영의원에 비해 정세균의원은 3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부터 둘 사이가 극도로 험악해졌다.

 

정당이나 유력 정치인은 정권을 잡으려는 목적이 가장 앞선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두 사람이 외연확대를 위해 경쟁관계를 형성하는 건 좋지만 자칫 건너올 수 없는 길로 빠져 결국에는 남 좋은 일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북 사람들은 내년 대선구도가 한나라당 대 민주당 1대 1 구도로 가길 원한다. 두 사람이 힘을 모아 정권교체를 이뤄주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이 너무 높고 두터워 이같은 일이 현실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로 여긴다.

 

손대표는 한나라당 이미지를 벗지 못하는 약점이 있지만 두사람에 비해서는 지역색이 옅어 경쟁력이 있다. 분당을 출마여부로 압박을 받지만 재보선 결과가 손대표의 대권 향배를 결정할 것이다. 임기 2년의 대표로 선출됐지만 대권을 향한 집념이 강해 또다시 지난해에 이어 3파전을 치를 것이다. 손대표로서는 두사람의 감정싸움이 호재가 될 수 있다. 합종연횡을 하면 둘 중 한사람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어떻게 가야 할까. 500만여 표차로 힘없이 무너진 정동영의원은 민심을 끌어안기 위해 최근 상임위원회까지 환경노동위원회로 바꿔가며 진보쪽으로 좌클릭했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곱지 않다.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고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전당대회서 3위로 내려앉아 정치력에 큰 타격을 받은 정세균의원은 리턴매치를 앞두고 절박하다. 박지원 원내대표까지 넘보는 형국에서 지지율이 안뜨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무주 구천동에 모여 전열을 가다듬고 세과시를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선후보를 결정할 때 민심과 당심이 따로 가지는 않는다. 지난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결정할 때는 달랐지만 통상적으로 그렇다. 정동영과 정세균이 피할 수 없는 건곤일척 관계가 된 것이 지역으로는 불행하다. 솔직히 두 사람은 그간 너무 편하고 쉬운 길만 걸었다. 이게 대권으로 가는 길에서 큰 족쇄다. 노무현 전대통령이나 유시민처럼 사지에 들어가 죽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권주자로서 강한 면이 안보인다. 그래서 지지율이 안 뜨고 있다.

 

아무튼 두 사람이 동네 골목대장이 되느냐 그렇지 않고 큰 판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인가는 연말에 결정난다. 우리나라 야당은 단일화를 못해 정권을 잡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지난 과거사를 돌이켜 보면 야권 대통합이 쉬운 일이 아니다. 나 아니면 안되고 너한테는 죽어도 줄 수 없다는 묘한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두 사람은 지금부터라도 죽을 각오로 험로를 들어가야 한다. 정치인으로 너무 고생을 안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힘을 합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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