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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반값 등록금 논란과 백년대계

박후건 (경남대 교수·정치외교학)

 

반값 등록금 논란으로 전국이 시끄럽다. 지난 6월10일 서울 광화문 거리는 수만 명의 대학생과 청년 그리고 시민들이 나서서 반값 등록금 시위를 벌였으며 이들은 매주 금요일 반값 등록금이 실현되는 날까지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려면 정부 보조를 통해 세원을 마련해야 하고 이는 국민의 세금을 올리는 결과를 가지고 온다. 그런데 대학교육이 의무교육이 아니므로 국민 모두가 반값 등록금을 위해 책임을 지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반값 등록금이 논란이 된 것은 현 정부의 선거공약 때문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는 반값 등록금 공약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서 물리적으로 등록금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부담을 반으로 줄여주겠다는 이야기였다고 말해 논란에 모호함을 더해주고 있다.

 

그러면 한국의 등록금 실태는 어떠한가. 2010년 4년제 일반대학 기준 연평균 등록금 국립 444만원, 사립 754만원이다. OECD 국가들의 일반적인 등록금 부담률이 소득 대비 1/10인 반면, 한국은 학생 대부분이 국민소득의 1/3에 육박하는 등록금을 부담하고 있어 국민소득 수준에 비해 보면 우리나라 대학등록금 부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소득 하위 10% 가구의 경우 연간소득 대비 등록금 비중은 97.9%에 달한다.

 

이렇게 등록금이 비싼 이유는 대부분의 대학들(사립대학)이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에 의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학 등록금을 반값으로 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보조금 또는 지원금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반값 등록금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예산을 재구성(책정된 다른 예산을 줄이거나)하거나 정부 예산을 늘리는(세금을 더 거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모두 쉬운 방법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반값 등록금 문제가 부각된 이유를 다른 측면에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점점 높아져가는 청년실업률 그리고 빈부격차 등으로 사회적 불만들이 다른 식으로 표출된 것은 아닐까?

 

과거 대학은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 출세를 좌지우지하는 관문과 같았다. 대학 진학여부가 인간적인 대접을 받는 것에 영향을 미친 것은 물론 좋은 직장을 얻는 것에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대학 진학률은 이제 80%가 넘었다. 이것을 두고 한편에서는 고등(대학)교육의 인플레이션이라고 비판할 수 있지만 또 한편에서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높은 교육열의 반영이라고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문제는 높은 교육열이 대학이라는 간판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이다.

 

'대학도 못나온 주제에, 또는 대학이라도 나와야'와 같은 우리 사회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반값 등록금을 야기시킨 근본적인 문제는 반값 등록금이 현실화된다 하여도 결코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선거철에 대비해서인지 여야가 한목소리로 반값 등록금이 가능하다고 대동소이한 안을 내놓고 있으며 대학생들은 매주 금요일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 그리고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알려진 핀란드의 성공비결을 교육개혁으로부터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핀란드 교육개혁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교육개혁은 40년간 이루어졌으며, 수차례 정권이 바뀌는 동안에도 교육개혁을 이끈 수장(사민당의 에르키 아호 국가교육청장)은 바뀌지 않고 오랫동안(1972~1992년) 교육개혁을 이끌었다. 교육정책은 백년대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반값 등록금으로 불거진 우리사회의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 우리의 인식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반값 등록금에 대한 처방을 시급하게 내리기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되짚어보며 국민들이 납득하고 화합할 수 있도록 백년을 내다보며 만들어야 한다.

 

/ 박후건 (경남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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