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교통사고 대책이 현장에서 헛돌고 있다. 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school zone)이 크게 늘었지만 사고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당국의 태세가 허술하기조차 하다. 사람이 지나가고 있는데도 운전자들은 멈추기는커녕 경보음을 울리며 아무렇지 않게 가속페달을 밟을 정도다.
스쿨존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95년으로 올해로 16년째 시행중이다. 초등학교나 유치원 정문에서 반경 300m이내에 설치된 이곳에서는 교통안전시설물이 설치되고 차량운행은 시속 30㎞ 이하로 제한된다. 주·정차 역시 금지사항이다. 2009년부터는 교통사고특례법을 개정해 스쿨존내 어린이 교통사고를 뺑소니 사망사고 같은 중대법규 위반사고와 동일하게 다루고 있다. 보호구역은 최근 5년동안 전국적으로 1.6배 가까이 늘었다. 엄밀히 말해 내용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제도 신기루에 사로잡혀 있을 때가 아니다. 현장에 가보면 당국의 어린이보호대책이 얼마나 헛도는지 알 수 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실제 기능은 '무늬만 스쿨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행초기에 비해 어린이 보행권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지만 여전히 문제점이 많다는 게 정치권의 진단이다.
국회 유정현 의원이 엊그제 제시한 지역별 스쿨존내 어린이 교통사고 현황은 이런 유명무실한 상황을 보여준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도내 스쿨존에서 발생한 12세 이하 교통사고는 143건에 달한다. 2명이 사망하고 151명이 부상을 입었다. 올해도 8월말까지 35명이 다쳤다고 한다.
보호구역 환경이 개선됨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어린이들의 피해가 끊이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운전자들의 의식이 낮다는 점이다. 안전 불감증이 큰 문제다. 운전자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고 설치대상을 확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스쿨존으로 선만 그었다 뿐이지 질서수준은 걸음마 수준과 다를 바 없다. 녹색어머니회 등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등교시간엔 집단보행에 시스템이 자리 잡았지만 오후부터는 학교 주변이 교통사고 사각지대를 방불케 한다.
이제 스쿨존 확대에만 집착하기 보다는 행정, 학교, 주민, 경찰 등이 통합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서로 업무 분산의 핑계를 대서도 안 된다. 스쿨존의 주인은 자동차가 아니라 어린이다. 어린이 안전은 이유를 막론하고 우리 어른들이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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