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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일 칼럼] 전북에는 안철수가 없다는 말인가

백성일 주필

 

안철수 신드롬은 쉽사리 가시지 않을 것 같다. 워낙 기존 정치권이 식상한데다 정치 불신이 극에 달해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뽑는데서 촉발된 안철수 돌풍은 우리 사회 전 분야를 강타했다. 안풍은 기존의 낡고 잘못된 것에 대한 깨끗함이요, 신선한 충격이었다. 한바탕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질풍노도와 같은 것이었다. 정부 수립 이후 낡은 정당정치에 매달려온 우리 정치를 일격에 격파할 수 있을 것처럼 비춰지자 국민들이 박수를 보내 화답했다.

 

안풍의 위력이 거센 것은 섬김과 나눔의 리더십을 그 밑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정치권이나 보수층은 그의 영향력을 일과성이라고 폄훼하기에 급급하지만 그의 리더십 원천이 비움에서 나온 것이어서 일시적인 현상만은 아니다. 통 크게 비우면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박정희 유신정권 말기 때 "왜 미국은 독재정권을 지원하고 있느냐"고 뉴욕타임즈와 회견한 것도 이 범주에 속한다.

 

안풍이 도내서도 거세게 불었다. 그도 그럴만한 이유는 민주당이 20여년간 전북에서 장기 집권하면서 부작용과 역기능이 피로할 정도로 누적됐기 때문이다. 상당수 도민들은 그간 어쩔 수 없는 정치상황이 만들어지다 보니까 미우나 고우나 민주당 후보를 찍었다. 지역정서에 의존하는 정치구조가 만들어진 탓이 크다. 영남이 한나라당 텃밭인 것처럼 말이다. 전북에서 그간 정치는 실종되었다. 정상적인 경쟁구도가 만들어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루 아침에 DJ한테 줄 잘서서 벼락 출세한 사람이 많았다. 국회의원은 물론 단체장 지방의원 할 것 없이 배지 단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에 비해 잘들 해먹었다. 지역발전은 딴전이고 자신의 입신양명을 누리기에 바빴다. 깜도 안되는 사람들이 주류로 군림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이제야 도민들이 깨닫는 것 같다. 국회의원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지역을 위해 한 일이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 같아서는 누구라도 나가면 현역들보다 낫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론 주도층이나 서민들은 그래서 국회의원들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당장 선거가 있으면 모두가 바꿀 태세다.그러나 선거 때는 여론처럼 안된다. 그 나물에 그 반찬이라고 탓한 사람들도 투표장에 가면 또 2번에다 꾹꾹 찍는다. 전주 사람들이 유난히 말따로 행동따로 논다.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짓을 많이 한다. 지금껏 민주당 사람들이 한 일이 없다고 그렇게 미워했다가도 또다시 미워도 다시 한번을 부른다. 너무 이율배반적이다.

 

전북이 모든 부문에서 꼴찌를 달린 것도 어찌보면 우리 탓도 있다. 경상도 정권이 전북을 소외시킨 탓이 주원인이긴 하지만 우리 탓도 있다. 남 잘 되는 꼴 못보는 성격이 유독 강하기 때문이다. 못사는 원인이 거창한데 있는 게 아니다. 속내를 잘 들여다 보면 시기와 질투심이 많고 남 깎아내리는 풍토가 만연해서 안된다. 이 같은 부정 기류가 있는 한 지역은 잘 될 수 없다. 프로야구 제 10구단 만들자고 도민 서명 받는데 고춧가루나 뿌리는 사람이 있지 않는가.

 

전북에서 뭔가 희망을 갖고 잘 살아 보려면 남 잘되는 꼴 못보는 것부터 고쳐야 한다. 그리고 잘못한 정치권을 바꾸면 된다. 안철수 교수 같은 사람을 찾아야 한다. 나는 가수다 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도덕성을 확보한 사람이면 그만이다. 지금 국회의원 나가겠다고 지역에서 깝죽대고 자가발전한 사람들은 아니다. 지금 설쳐대는 사람들은 깊은 맛이 없다. 입으로만 떠든다. 그렇다고 머리가 차갑고 가슴이 따가운 것도 아니다. 김동길 교수 말대로 차라리 낚시질이나 갔으면 한다.

 

아무튼 도민들도 안풍을 신선한 충격으로 함께 느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아니면 아니다고 분명한 목소리를 내서 국회의원을 잘 뽑아야 한다. 말따로 행동따로 따로국밥처럼 놀아선 안된다. 언제까지 지역주의 망령에 포로로 잡혀 있어야 할까.

 

/ 백성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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