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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격'(國格)과 외교

송기도 전북대교수·전 콜롬비아대사

 
현 정부 들어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에 하나가 '국격'이다. '인격'(人格)이 사람으로서의 됨됨이 즉, 사람으로서의 품격(品格)을 말한다면 '국격'이란 '국가로서의 품격'을 의미한다. 별로 쓰이지 않던 '국격'이라는 단어가 현 정부 들어서 빈번이 쓰인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그만큼 국가의 품위를 중시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대통령은 G20 회의를 한국의 국격을 높이는 기회로 삼자고 수차례에 걸쳐 역설했었으며, 청와대는 G20회의를 앞두고 '모든 정부 부처에 국격 향상' 방안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토록 지시했었다. 또 이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한명숙 민주당 대표가 한·미FTA 폐기와 관련해 미국대사관을 찾아간 것에 대해 "과거 독재시대도 아니고 외국 대사관 앞에 찾아가서 문서를 전달하는 것은 국격을 매우 떨어뜨리는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으니 이에 걸맞는 행동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품위없이 후진국이나 제3세계 국가들처럼 국제사회에서 비난받을 일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다.

 

외교는 '의전'이다

 

재외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한 한덕수 주미대사가 지난 16일 돌연 사의를 표명한 후 회의에도 참석치 않고 미국으로 급히 돌아갔다. 한 대사는 재외공관장 회의기간인 24일 기자간담회 일정도 잡아놓은 상태였다. 전례없는 일이다. 외교적 상식과 관례에서 벗어나도 한참을 벗어났다. 속된 말로 대한민국은 질서나 규칙이 없는 나라가 돼버렸다.

 

외교는 '의전'(protocol)이다. 쉽게 말해, 품위있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대사는 정부를 대표하며, 국가원수를 대신하는 사람으로 대한민국의 얼굴인 것이다. 따라서 국가간 관계를 담당하는 창구인 외교관의 거친 행동이나 막말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아무리 화가 나도 웃으면서 얘기를 해야한다. 외교가 잘못되면 그 다음은 전쟁이기 때문이다. 보통 우리가 상대방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할 때 '외교적 발언'을 한다고 얘기한다. 상대방의 말을 거절할 때도 "깊이 생각해 보겠다"라고 얘기하는 거와 같다.

 

한 대사가 귀국하고 빠른 시일 내에 후임 대사를 지명해도 후임자는 곧바로 부임할 수 없다. 후임자는 미국 정부의 아그레망(agrement)이라는 사전 동의절차를 비공개로 받아야 한다. 대사임명은 한국정부에서 하지만 그를 대사로 받아들이느냐는 해당국에서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대통령에게 직접 신임장을 제출하고 나서야 비로소 대사로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선거로 인해 일정이 바쁘면 며칠 아니 몇 달이고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 절차는 서둘러도 최소 1개월 이상 걸린다.

 

일반적으로 대사가 임무를 마치고 귀국하기 전에 후임자에 대한 아그레망을 상대국에 요청한다. 그리고 해당국 외무성에 귀국을 통보하면 상대국 외무장관은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 이임식 행사와 훈장을 수여한다. 그리고 재임기간 친분을 쌓아온 주요 인사들에게 이임인사를 하게된다. 교민들을 포함 주재국 각계각층의 주요 인사들과 이임식 행사와 환송연을 통해 양국간의 결속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들은 외교적 관행에 속하는 일이다. 소위 외교적 품위라고 할까.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대체적으로 지켜지는 일이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 소위 선진국들은 아니다. 외국에 나가있는 자신의 얼굴을 스스로 구겨버리는 행동은 말그대로 '국격'을 손상시키는 일이다.

 

'국격'이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대사의 경질은 사전에 충분한 시간 여유를 두고 인선 및 교체 결정, 발표가 이뤄진다. 더구나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이른바 한반도를 둘러싼 '4강' 대사의 경우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이번 한덕수 주미대사의 경질은 국제관례를 고려치 않는 후진국 또는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무역협회장 후임이 얼마나 급한지 모르겠지만 이런 방식은 아니다. 이제 우리의 외교도 선진국에 걸맞는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 정말 '국격'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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