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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선택, 유권자가 책임져야 한다

김재한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지난 금요일 제19대 국회의원 후보등록이 마감되었다. 재외투표소 투표는 이미 시작되어 오는 월요일까지 진행된다. 공식 선거운동도 어제 시작되어 선거일 전날인 4월 10일(화)까지 허용되어 있다. 선거일까지 두 주도 채 남지 않은 이번 국회의원선거에 유권자들은 어떻게 임해야 할까?

 

한국 선거의 법칙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 지방의 선거를 특징화한 문구로는 여촌야도(與村野都)와 도저촌고(都低村高)가 있다.

 

시골이 도시보다 여당을 더 지지한다는 여촌야도 현상은 더 이상 사실이 아니다. 고학력자가 야당을 더 지지한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대신에, 나이 든 유권자가 젊은 유권자보다 투표에 더 참여하고 보수 정당을 더 지지하는 연령 효과가 있을 뿐이다. 시골 거주자 가운데 나이 든 유권자가 많고 또 나이 든 유권자 가운데 저학력자가 많다 보니, 연령 효과를 도농(都農) 효과와 교육수준 효과로 잘못 받아들였었다.

 

도시와 시골의 투표율을 단순 비교하면, 시골의 투표율이 도시보다 더 높은 도저촌고 현상은 종종 관찰된다. 지방 유권자의 높은 투표율은 그만큼 지방의 입장이 선거에 더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도저촌고 현상은 연령대별로 다르다. 나이 든 유권자의 투표율은 지방이 더 높았는데, 젊은 유권자의 경우는 지방의 투표율이 대도시보다 더 낮았다. 젊은 지방 유권자의 낮은 투표율은 그들의 견해가 선거결과에 덜 반영된다는 의미이니, 자신의 견해를 선거결과에 조금이라도 더 반영시키려면 적극적으로 투표해야 한다.

 

연령과 더불어 한국인 투표선택의 주요한 결정요인은 지역주의이다. 한국 유권자 다수는 지역적 정체감이 자신과 비슷한 정당에게 투표해 왔다. 특정 지역의 지역주의 투표행태는 다른 지역의 지역주의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어떤 정파가 특정 지역을 장악하면 다른 경쟁 지역에도 배타적 정파가 등장하게 되고 서로 상승작용해서 지역할거 정당체제로 고착화된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특정 지역의 지역주의 약화는 다른 지역의 지역주의 약화를 가져다준다.

 

영남, 호남, 충청 등 대부분의 지방에는 지역패권 정당이 존재하여 왔다.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정도의 의석이 배정되는 지역에서는 정치인으로서 지역패권 정당을 도모할 정치적 이익이 존재한다. 이에 비해 특정 지역의 전 선거구를 석권하고 또 타 지역에서도 그만큼의 의석을 얻더라도 국회 내 교섭단체조차 구성할 수 없는 강원도와 제주도에는 지역패권 정당이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특정 지역에서 정치력을 확보한 후에 지역패권 정당이 없는 다른 지역의 지지를 받아 국회 과반 의석이나 대권을 얻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날에는 특정 지역에서 패권적 위치를 점하면 다른 지역에서는 그만큼 손해이다. 특정 지역에서 실리적으로 혹은 선동적으로 호소하는 내용이 다른 지역에도 그대로 알려지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이 소리, 저기에서는 저 소리' 하기가 쉽지 않다.

 

유권자들은 다른 지역에서의 정당 언행을 잘 관찰해야 한다. 지역 유권자는 지역 정체감에 호소하는 선동이나 구체적 대안 없는 반(反)OO 캠페인에 동원되기보다는, 당선 후의 의정활동을 예상해보고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선거구민의 뜻을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하게 의정에 반영하려는 의지와 능력이 후보 선택의 주 기준이 되어야 한다. 선거 때의 인기보다 국회의원 임기 완료 후의 평가가 가장 좋을 후보를 뽑아야 한다.

 

정당이나 후보가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조삼모사(朝三暮四)적 선거운동을 벌이는 이유는 그것이 득표에 도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미지나 감성 위주의 화장빨, 세치 혀에 의한 말빨, 지속 불가능한 근시안적 선심성 공약 등이 더 잘 통한다면, 이는 궁극적으로 유권자에게 손해이다.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이 잘못되었다면 그 국회의원을 욕할 수는 있겠지만 그 잘못된 선택의 책임은 유권자가 지게 되어 있다. 대한민국, 지역사회, 유권자 자신의 미래를 위해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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