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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래 공수거 인생

▲ 김동문 전주 완산교회 담임목사
여우 한 마리가 길을 가다가 포도원을 발견했습니다. 포도원 울타리 사이로 포도 열매가 탐스럽게 달려 있는데 도저히 그냥 갈 수가 없었습니다. 침을 꿀꺽 꿀꺽 삼키며 포도원 안으로 들어갈 방도를 찾았습니다. 그러나 울타리를 빙 돌아보아도 조그마한 구멍밖에 찾지 못했습니다. 할 수 없이 그 구멍으로 머리를 밀어 넣었습니다. 하지만 살찐 몸통 때문에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이때 영리한 여우가 기발한 생각을 했습니다. “옳지, 금식을 하면 되겠구나.” 여우는 그 자리에서 3일을 쫄딱 굶었습니다. 그리고서 머리를 쑥 밀어 넣으니까 날씬해진 몸이 쏙 들어갔습니다. 신이 났습니다. 배고픈 김에 3일 밤낮을 정신없이 먹었습니다. 그 후 통통해진 배를 두드리며 다시 세상으로 나가려 하는데, 또 문제가 생겼습니다. 울타리의 작은 구멍에 머리를 밀어 넣어보니까 이번에도 몸통이 걸려서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어떡합니까? 여우는 억울하지만 또 다시 3일을 굶어야 했습니다. 그 후 홀쭉해진 몸으로 겨우 포도원을 빠져 나온 여우가 하는 말이 이것입니다. “아이고, 들어갈 때나 나올 때나 배고프기는 마찬가지구나!”

 

우리의 인생살이가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라는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다 ‘빈손 들고 왔다가 빈손 들고 가는’ 인생들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그 무엇인가를 움켜쥐어 보겠다고 주먹을 꽉 쥐고 나오지만, 떠날 때는 모두 돌려주고서 두 손 펴고 돌아갑니다. 이것이 인생살이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은 엄밀히 말해서 나의 것이 아닙니다. 이 세상 사는 동안만 잠깐 빌려쓰는 것에 불과합니다. 이 세상의 삶을 다하고 돌아갈 때에는 남김없이 돌려주어야 합니다. 어느 것 하나 가지고 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죽은 뒤에 입는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고,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다 두 손 펴고 돌아가는 것입니다.

 

알렉산더 대왕의 일화가 있습니다. 그는 젊은 나이에 세계를 제패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가 살아 있을 때 그의 신하들에게 이렇게 명령했습니다. “너희는 내가 죽거든 나의 시신이 들어갈 관 양쪽에다가 구멍을 뚫어라. 그리고 나의 손을 그 구멍에 내어놓고 장례식을 치러라.” 천하를 호령하던 그도 인생이 ‘공수래 공수거’임을 잘 알았습니다.

 

이 세상에서 왕으로 살든, 평민으로 살든 그 소유는 하나님께서 잠깐 빌려주신 것에 불과합니다. 아무도 그 소유를 영원히 누릴 수 없습니다. 잠시 전세 인생을 살다가 하나님께서 “이제 돌려다오” 하면 즉시 돌려주고 빈 손으로 떠나야 하는 것이 우리의 실존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가진 것이 좀 있다고 큰 소리 칠 것도 없고, 가진 것이 적다고 기죽어 살 일도 아닙니다. 오직 우리가 관심을 집중시켜야 할 일은 하나님께서 잠시 빌려주신 생명, 시간, 재능, 물질을 어떻게 선용하고 돌아갈 것이냐 하는 데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세상에 아무 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딤전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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