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뺑소니범이 될 수 있다

교통사고 조사관으로서 사고처리를 하다보면 안타까운 경우가 간혹 있다. 그중에서도 어린이 교통사고에 있어서 운전자들의 안이한 사고 처리로 인해 본의 아니게 뺑소니범이 되는 경우가 그러하다.

한 예로 도로를 진행하던 자동차에 자전거를 타던 어린이가 갑자기 튀어나와 차량을 받고 넘어진 사고에서 어린이가 괜찮다고 하고 오히려 미안하다고 하며 그냥 갔다고 해서, 자동차 운전자도 아무 생각없이 그대로 현장을 떠나는 실수를 범하는 일이 있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어린이를 친 운전자가 ‘괜찮다’는 어린이의 말을 믿고 그대로 현장을 떠났다면 ‘뺑소니’에 해당된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단순히‘괜찮다’는 말만 믿고 그대로 진행하였다면 적어도 피해자의 잘못된 의사표현으로 자신의 상해정도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사정을 알았거나 미필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구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고 사고현장을 이탈한다’는 도주의 인식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주택가 교차로에 이르기 전 서행해야 할 주의의무(주택가에는 어린이 등이 갑자기 뛰어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더욱 주의할 의무가 있다)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하여 피해자를 충격한 과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피고인의 무죄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차의 교통으로 인해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하고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특히 어린이 뿐만 아니라 사리판단에 아직 미숙한 미성년자 교통사고의 경우는 더욱 신중히 판단해야 할 일이다. 아무리 경미한 사고더라도 미성년자의 사고에 있어서는 가급적 부모와 연락을 취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경찰에 신고해 두는 것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뺑소니범이 될 수 있는 일을 예방하는 한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