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Issac Newton, 1642-1727) 시대 이래로 과학자들은 우주를 기계장치의 일종으로 이해했다. ‘일정한 규칙에 따라 복잡하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주가 작동하는 법칙만 찾아낸다면, 미래는 예측할 수 있다고 믿었다. 정밀하게 측정하기만 한다면 예측할 수 없는 미래란 없어보였다. 모든 미래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러한 발상은 매우 위험했다. 예를 들어, 수학자가 자연계의 질서를 수리법칙으로 이해하고자 하나 사람의 죽음이나 정신, 생체, 지능 등 외부 자연현상과 내부 심리현상을 포함한 모든 것들을 수학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생물학자가 어떤 차별도 없는 단세포에서 온갖 차별을 가진 자연계의 다양한 것들로 변화한 것을 설명할 수 있을까. 뿐만 아니라 먼지가 날아가는 속도와 방향을 예측하는 것이나, 연기가 퍼져나가는 속도와 넓이 등을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처님은 모든 것(諸法)이 스스로의 작용력에 의해 자율적으로 ‘형성(行)’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것을 ‘연기’라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작용력이 발생하는 원인은 인간의 인지능력으로 파악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명’이라고 했다. 이것을 두고 현대 과학에서는 ‘자율형성’과 ‘혼돈(Chaos)’이라고 하는 것 같다. 혼돈은 단순히 ‘복잡하다’는 개념이 아니라, 어떤 것이 외부의 개입 없이 예측불허의 상태로 변하는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Lorenz, 1917-2008)도 자연(우주)을 기계장치 또는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으로 보았다. 따라서 충분히 고려하기만 한다면 자연현상 쯤은 언제나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검토하고 내린 기상예측은 번번히 불확실한 것들 뿐이었다. 로렌츠는 이를 두고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고 했다. ‘브라질의 숲 속에 있는 나비가 날개짓을 하면 그것이 텍사스의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예측 불가능한 것들에 대한 문제제기는 수 없이 많다. 끝없이 증가할 것만 같던 인구문제가 자율조절 작용으로 증감을 반복하고, 초원의 동물 개체수도 외부의 작동이나 개입 등 특별한 이유없이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연계에는 증시의 요동이나 민심의 이동 등 ‘예측 불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이것 말고는 진실이라고 할 게 없어 보인다. 자연계의 자율형성 능력에 따라 그리고 나비효과의 혼돈적 결과로, 자연은 예측불가능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혼돈’ 작용은 자율형성력에 의한 생성·변화·소멸하는 것으로 인간의 인지 능력 범위를 벗어난 것들이다. 모든 것들은 간단한 수리방식에 의해 좌우되지 않으며, 대신 많은 요인들이 동시에 관계를 맺으면서 ‘나비효과’가 되어 중복과 증폭의 과정을 거치면서 예측 불가능한 상태로 변하고 만다. 이를 두고 ‘질서’와 ‘무질서’가 동일한 수리등식에 공존한다고 한다.
아무리 복잡한 시스템이라고 하더라고 예외 없이 단순한 규칙에 기반한다는 것은 만물에 적용된다. 예를 들어, 새떼가 날아가는 것도 단순한 것 같지만 실은 그 가운데 복잡한 질서가 내재하고 있다. 그리고 새떼가 날아갈 때 그 방향이나 속도, 높이 등은 늘 우리의 예측을 벗어난 것들이다. 새떼가 날아가는 것은 동일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결코 동일하게 반응하지 않으며, 완전하게 동일한 상황을 재연할 수도 없다. 꽃이 피는 것도, 사막의 모레 언덕이 형성되는 것도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불가능한 것들뿐이다.
대안은 자율형성 뿐이다. 이를 두고 불교에서는 ‘의지(行)’라고 조망한다. 무의식적인 단순 규칙이 의식적 사고 없이 놀랍도록 복잡한 시스템을 창출하는 힘을 갖고 있는 것이다. 우주의 복잡함이나 마음의 섬세함 등 모든 것(諸法)은 자기형성 체계에 따라 존재한다. 이러한 것들을 우리는 ‘연기(緣起)’, ‘혼돈(Chaos·카오스)’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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