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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독일 최대 월드뮤직축제를 가다]인구 2만5000명 시골마을 축제, 유럽 전역서 8만여명 찾아

두툼한 안내 책에 총리 인사말 / 악기·국가별 프로그램 차별적 / 캠핑카 몰고와 숙식, 음악 즐겨

▲ 독일 루돌슈타트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독일 루돌슈타트는 인구 2만5000명의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차를 타고 가려면 튀링겐의 주도인 에어푸르트에서 다시 지선열차를 갈아타야 했다. 루돌슈타트 축제에는 지난 2008년 여름 처음 참가했다. 이에 앞선 2002년 여름,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와인 산지인 크렘스의 한 월드뮤직축제에서 만났던 루돌슈타트 월드뮤직축제의 예술감독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10시간 넘게 4번이나 기차를 갈아타고 도착했던 루돌슈타트과의 첫 만남은 변색된 건물과 다듬어지지 않은 무성한 숲이었다. 축제가 시작되기 이틀 전, 작은 기차역 앞은 한산했다. 하지만 눈앞에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호텔로 향하는 길이 축제에 참가하고자 유럽 곳곳에서 찾아온 하얀색 캠핑카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이제서야 제대로 축제를 만나는구나’하는 안도감과 함께 매년 8만여명의 관객이 찾아오며 작은 강을 따라 4개의 캠핑장이 마련돼 있다는 조직위 직원의 설명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사실 그 작은 마을에 그 많은 인파가 어디서 묵을 것인지 물어보지 않았지만, 그런 의구심이 단번에 해결됐다.

 

짐을 풀고 레스토랑에 앉아서 제법 두툼한 축제 프로그램북을 펼치니, 인사말에 낯익은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다. ‘총리의 인사말이라니…. 이 축제가 이렇게도 중요한 위상을 가졌었나?’ 프로그램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니, 독일의 월드뮤직 시상식 루쓰(RUTH)가 열리고, 총 33개의 무대가 마을 곳곳에 설치될 예정이었다. 또한, 당시 월드뮤직계의 이슈어들이 헤드라이너로 올라 있었다. 세파르딕 민요를 세계에 알려낸 야스민 레비, 집시 브라스 밴드로는 전설적인 명성을 지닌 팡파레 치오깔리아, 아프로켈틱 사운드시스템의 사이먼 에머슨이 영국 포크뮤직계의 주요 아티스트들을 전면에 재배치하면서 결성했던 디 이미지드 빌리지, 프레임드럼 연주자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글렌 벨레즈 등이 그 해 루돌슈타트 월드뮤직축제를 찾아온 주빈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외에 다른 유럽지역의 페스티벌들과 차별되는 루돌슈타트 월드뮤직축제의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로 악기별, 국가별 특집 프로그램이다. 이 중 국가별 특집 프로그램의 경우는 유럽 각 지역의 월드뮤직 페스티벌들이 차용해서 진행하는 아이템이 되기도 했다. 1993년 핀란드 음악으로부터 시작된 국가별 특집 프로그램은 1995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시작으로, 헝가리·인도·포르투갈·영국·소앤틸리스·폴란드·캐나다·그리스·브라질·프랑·미국·이스라엘이 뒤를 이어 그 해의 주빈국이었다. 악기는 프레임드럼이 특집프로그램으로 준비되었다. 독일과 스위스 국경 마을에서 스틸드럼을 개조해 만들었고 까다롭게 판매하고 있다는 항그(Hang)를 비롯해 아랍, 아일랜드, 인도 등 다양한 문화권에서 초청받은 프레임 드럼 연주자들의 합주가 준비되고 있었다.

 

축제가 시작되자 마을 뒷산 정상에 수백년 전에 건축된 하이덱스부르크 고성 주변의 무대들과 시청 앞 광장과 극장을 중심으로 마을 곳곳에 펼쳐진 무대들, 작은 강 건너편의 수천명이 볼 수 있도록 높고 크게 설치된 무대들에서 쉴 새 없이 공연들이 진행되었다.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원이 있었고, 별도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발칸반도와 동유럽에서 긴 여행을 했을 집시밴드들과의 조우도 즐거웠고, 서로 다른 형태의 백파이프들과 프레임드럼을 비롯한 월드뮤직 악기상들의 전시로 가득한 골목길도 흥미로웠다.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아티스트들과 만나는 기쁨도 잠시 있었고, 270개의 공연들 중 보고 싶은 공연들을 분주히 찾아다니다보니 4일간의 일정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 짧은 기간 동안 앞으로 한국전통음악을 어떻게 선보이는 것이 좋을지 잠시 고민도 했고, 예술 감독과의 미팅에서는 향후 계획에 대한 구상도 교환할 수 있었다. 기대 없이 찾아온 축제에서, 유럽의 다른 축제에서는 얻지 못한 특별한 선물을 받은 것 같았다. 이 곳이라면, 전통음악의 원형을 꾸준히 소개할 수 있는 거점으로서의 역할이 가능할 것이고, 성과도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 칼럼은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공동연재하고 있으며, 소리축제 공식 블로그 ‘소리타래(http://blog.sorifestival.com)’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 김선국 저스트뮤직 대표

△김선국 저스트뮤직 대표는 음반프로듀서다. 한국 전통음악이 ‘2013 샤를 크로 아카데미’에서 월드뮤직음반상을 수상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한국음악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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