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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한옥체험] 공기 순환·습도 조절돼 숙면

 

한옥은 난방을 위한 온돌과 냉방을 위한 마루가 균형있게 결합된 구조로 대륙성 기후와 해양성 기후가 공존하는 한반도의 더위와 추위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독특한 주거형식이다. 한옥은 구조에서부터 재료에 이르기까지 장식적인 면보다 기능적인 면을 더욱 중시하였고, 특히 농본문화적인 특성을 가진 선조들에 의해 한옥은 자연과의 조화를 최고의 가치로 삼았던 연유로 현대에 사는 우리에게 웰빙의 치유공간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한옥이 한옥답기 위해서는 자연과의 조화를 최고의 가치로 삼았던 우리 선조의 지혜가 담겨있어야 한다. 한옥에서의 숙박체험에 다소 불편함이 있었다 하더라도 자연과의 조화에서 오는 숙면의 기억이 남았다면 그들은 다시 한옥을 찾게 될 것이다.

 

한옥의 대표적인 기능은 자연과의 호흡, 즉 공기가 순환 한다는 것이다.

 

한옥의 한지창호는 숨을 쉴 수 있는 구조로 설치되어 있다. 한지가 숨을 쉰다는 사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한지창호는 외부의 시선은 막아주고 외부의 공기는 통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이 있다. 서양의 문은 청각, 시각, 촉각을 모두 차단하는 반면 한옥의 한지창호는 시각만을 차단할 뿐 청각과 촉각은 그대로 유지한다. 심지어 옛 선조들은 한지에 꽃잎을 넣어 자연의 향기까지 품을 수 있도록 하였고, 한지 특유의 호흡기능으로 내부와 외부의 급격한 온도와 습도의 변화를 일정부분 조절하는 기능을 부여하고 있다. 요즘 들어 한지창호, 한지벽지, 한지장판으로 구성된 주거 환경은 아토피 등으로 고생하는 이들을 위한 치유 공간으로 환영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한옥을 이야기 할 때 아직도 한옥의 장식적인 형태만을 거론 하는 경향이 있어 진정한 의미의 한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한지창호도 마찬가지로 한지창호가 갖고 있는 기능보다 한지창호가 보여주는 장식적인 면만을 이야기 하곤 한다.

 

요즘같이 황사가 심한 계절에는 모든 주택에서 문도 열지 못하고 막혀 있는 공간에서 생활하게 된다. 사실 막혀진 공간 환경은 어쩌면 외부의 황사공기 보다도 우리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방송사의 황사대비요령 방송에서도 문을 닫고 있지만 반드시 중간 중간 환기를 시키라는 주의를 잊지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 한지창호는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한지창호의 한지는 황사마스크와 같은 역할을 한다. 먼지는 걸러주고 공기는 통과시켜주기 때문이다. 물론 습도까지도 통하게 한다. 사실 한지는 천연 습도 조절기능이 있다. 습도가 많으면 습도를 품고 습도가 적으면 품고 있던 습도를 내뿜는다. 이런 현상은 겨울철 방안의 온기로 건조해진 공기에 바깥의 습도를 빨아드리는 기능을 하여 자동으로 내부의 습도를 조절해주는 탁월한 기능이 있다. 어렸을 적 한지문틀 옆에서 자다보면 코끝이 시리는 한기를 느낄 수가 있었는데, 한지의 호흡현상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이런 한지의 기능을 아파트의 창호에 디자인적용 한다면 훌륭한 제품이 될 것이다. 더불어 한지가 숨을 쉴 수 있을 정도로 연하게 천연옻칠을 입힌다면 옻칠의 항균작용이 더해져 천혜의 친환경 공간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 한옥마을에는 새로운 한옥이 많이 지어지고 있다. 개인적인 관심으로 가까이 들여다보곤 하는데 실망스러운 부분도 많이 발견된다. 한지의 호흡 기능을 무시하고 앞뒤로 두툼한 유리로 가둬버린 디자인이 많이 보인다. 물론 관리가 어려워 손쉬운 방법을 택하는 것이겠지만 진정한 의미의 한옥이 아니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곤 한다.

 

바로 며칠 전 학생들과 경기전에 들러 견학을 하는 중에 경기전 담 바로 옆에 새롭게 신축하는 콘크리트건물을 보게 되었는데, 육중한 콘크리트 골격 위에 거창한 기와지붕이 올려지고 있었다. 차라리 양옥을 짓지 왜 한옥이라 하면서 한옥의 가치를 떨어트리는지 아쉬움이 느껴졌다. 기와만 올린다고 한옥이 되지는 않는다. 한옥이 되기 위해서는 한옥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기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공기가 순환되고 습도가 조절되며 천연재료로부터 인체에 좋은 기운이 나오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다시 한번 학생들에게 한국문화의 진정한 가치는 형상이 아닌 문화 안에 담겨진 선조의 지혜가 담긴 기능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게 되었다.

 

/전주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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