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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90만원

선거법 재판에서 벌금 100만원은 당락을 가른다. 아슬아슬한 형량이다. 그런데, 벌금 100만원을 약간 밑도는 ‘벌금 90만원’ 판결이 적지 않다.

 

10년 전이다. 전주지법 군산지원은 2004년 12월 허위사실공표와 유사단체 조직, 사전선거운동 등 혐의로 기소된 국회의원 한병도에 대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듬해 열린 항소심은 원심을 깨고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죽은 송장을 살려 놓은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혐의를 인정하고선 “초선인데다 부정부패에 물들지 않고 성실히 의정활동을 수행하고 국정과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한 점, 범행들이 지구당 내 경선과정에서 행해졌고 허위경력과 학력 등이 발견 즉시 수정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감량 이유를 밝혔다.

 

광주고법 전주제1형사부는 지난 5월 유사 선거운동기관을 만든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 전북도교육감 후보 D씨에 대한 재판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1심 형량은 벌금 300만원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선거에서 낙선한 점, 유사 선거운동기관 운영 기간이 1개월에 불과해 이곳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거나 활용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감형 사유를 밝혔다.

 

선거사범에 대한 재판에서 이런 식의 벌금형이 자주 눈에 띈다.

 

익산대와 전북대 통합 과정에서 익산지역 시민단체에 경비를 지원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불구속기소된 이한수 익산시장이 1심과 2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았고, 19대 총선 과정에서 불법 사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된 이상직 의원도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아 현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최근 조합장 선거 사범 재판에서도 벌금 90만원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A조합장은 지난해 9월 조합원 집에 찾아가 “동네 사람들과 나눠 먹으라”며 4만원 상당의 돼지고기 3㎏을 건넸고, 지난 2013년 2월10일 조합원 C씨에게 “다음 조합장 선거에 나올테니 선거운동을 도와달라”며 돼지고기 4.2㎏을 제공한 혐의도 드러나 기소 됐다. 전주지법은 20일 피고인의 범행이 사회상규상 위법성이 중하다고 보기 어렵고,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A조합장의 행위는 누가 봐도 고질적인 범죄다. 조합장 당선을 목적으로 2013년에 이어 2014년에 범죄를 저질렀다. 소장에 드러난 두 명에게만 돼지고기를 줬을까. 원칙이 무너지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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