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의원 행보, 안 신당 창당 앞두고 태풍의 눈으로 부상
정당에서 공천권 행사는 중요하다. 여야 공히 공천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조직을 장악하며 조직관리를 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13일 탈당한 것도 결국은 공천권을 누가 행사하느냐 그 여부 때문에 나온 것이다. 문 대표가 안 전대표가 요구한 통합전대 개최를 거절한 것은 표면상의 이유에 불과하다. 실상은 국회의원 공천권 행사를 놓고 헤게머니 다툼 때문에 둘이 갈라섰다. 문 대표는 친노를 중심으로 범주류를 그리고 안 전대표는 비노에게 공천권을 주려고 하다 보니까 충돌이 생겼다. 사실 문 과 안 전대표는 지난 대선 때 이미 갈렸다. 어찌보면 오래 참고 견뎌온 것이다.
문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안과 단일화를 이룬 것처럼 보였지만 선거날 안의 표가 움직이지 않았다. 안 전대표는 선거날 미국으로 훌쩍 떠났지 않았던가. 그게 서로간에 패착이었다. 문 후보가 얻은 표는 당선권에 들었다. 그게 문 대표를 오늘까지 버티게 하는 힘의 원천이었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은 낙선해도 재기할 수 있는 원천이 바로 본인의 득표력이다. 그런 관점에서 정동영 전 의원이 재기하기가 힘든 것은 이명박 후보한테 500만표 이상이란 큰 표 차로 참패했기 때문이다. 정 전의원이 백만표 차 정도로만 졌으면 훨씬 재기하는데 쉬웠을 것이다. 물론 가정이긴 하지만 날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그가 인고의 세월을 보내지 않고 너무 쉽게 등판하려는데서 연거푸 패착을 가져왔다.
대선 패배 이후 미국으로 갔을때 영국에서 DJ가 DJP연합이란 묘수를 만들어 조용히 세월을 보낸 것처럼 했어야 했고 손학규 같이 강진 토담집에서 현실 정치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기회를 엿보는 시간을 가졌어야 했다. 전주 덕진에서 정세균 대표가 공천을 주지 않자 조급하게 무소속으로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은 잘못이었다. 대선 후보답게 참고 견디는 의연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게 못내 아쉬웠다. 결국은 조급증이 나은 결과였다. 이후 친노들로부터 견제를 당한 그가 서울 동작에서 뼈를 묻겠다는 등 극단적인 용어를 써가며 지역구를 옮겨 다닌 모습이 결국은 몽골 기병이 아닌 현재의 몰골 상한 모습을 만들었다. 짧은 기간에 대통령 후보까지 올라갔지만 너무 좌클릭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지지자들을 실망시켰다. 내공과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평을 들어온 그가 정치적 후견인인 권노갑 전의원을 등뒤에서 칼질한 것은 인간적으로 잘못했다. 대권 주자로서 갖춰야 할 덕목중에서 의리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 전의원이 문의 복당을 뿌리친 것은 당연하다. 그렇게 친노한테 시달린 그가 문과 함께 정치한다는 것은 두번 죽는 일이다.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이번에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그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그는 어머니란 정서를 자극하면서 감성정치로 화려하게 전주에서 입문했기 때문에 어찌됐든지간에 당선 가능성이 높은 전주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번이 그의 마지막 정치 무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전주에서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현역이나 입지자들이 그의 눈치를 살핀다. 문제는 전주 정서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 예전같은 절대적인 지지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새정연에서 안철수가 탈당하고 나와 그와 통합신당을 함께 만들어갈 계기는 만들어졌다. 특히 초선들이 7명인 전북정치권이 중앙정치 무대에서 존재감 없다는 말이 그를 다시 출마하도록 치켜세우는 논리로 작용하고 있다. 그는 예전과 다른 스탠스를 취할 것이다. 대권후보를 지냈지만 막 정치를 시작하는 촛자처럼 겸손모드로 나갈 것이다. 그러나 고민과 부담은 있게 마련이다. 후배들과 일합(一合)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안 전대표와 통합신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의 취향과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줄 세울 것은 틀림없다.
신당 출범을 앞두고 그의 행보가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건 분명하다. 이미 유성엽이 탈당한데 이어 추가 탈당자가 나오면 폭발력은 예측 불가일 수 있다. 광주 전남서 신당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어 전북으로의 인화가능성은 시간문제다. 안 신당이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하다 싶으면 새정연에서 탈당자는 순식간에 불어 날 것이다. 지금 친노색채가 강한 도내 현역들이 안 신당의 출범을 과소평가하는 것 같지만 민심은 그렇게 녹록하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 안 전의원이 두번이나 실패해 이번에도 문국현 정도로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치고 말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민심이 어느편을 지지하느냐 그 여부에 따라 한쪽은 생명줄이 끊길 수도 있다. 그간 무풍지대였던 도내에서 ‘형제의 난’을 겪고 나면 비온 후 땅이 굳어지듯 전북정치가 새롭게 복원될 것이다. 야야(野野) 대결로 새누리당만 어부지리(漁父之利) 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도민들의 정치 수준을 잘못 파악한 것이다. 지금이 전북정치권을 재편할 좋은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치면 전북을 살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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