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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간 미용봉사 김연분씨 "돈 적게 벌어도 마음은 부자"

시어머니 경로당서 시작…꾸린 봉사단원만 300명 / 매주 3번 가게 닫고 활동…1년에 한번 해외봉사도

▲ 16년 동안 미용 봉사를 통해 소외된 이웃과 함께한 김연분 원장이 전주 서노송동의 미용실에서 손님의 머리를 만지며 웃음 짓고 있다. 박형민 기자

치열한 경쟁, 순위로 줄 세우기, 외모 지상주의, 금수저와 흙수저의 운명…. ‘함께’보다는 ‘혼자’ 잘 사는 사람이 유능한 것으로 평가받는 낯 뜨거운 한국 사회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그렇기 때문일까. 어두운 사회 구조 속에서 ‘나보다 이웃’을 생각하는 우리 곁의 소리 없는 선행은 더욱 빛이 난다. 그 누구보다도 자괴감에 빠진 사람들에게 함께 살아가면 행복할 수 있다는 ‘인고(忍苦)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줘서다. 정유년 새해를 맞아 본지에서는 내 삶의 곁에 함께 있어 든든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목하고자 한다.

 

일주일에 세 번 가게 문을 닫는 김연분 씨(65)는 세상에서 가장 마음이 따뜻한 미용실 원장이다.

 

전주시 서노송동에서 ‘로사헤어숍’을 운영하는 연분 씨는 16년간 요양병원 등을 찾아다니며 어르신들의 모발을 정리해오고 있다.

 

지난 12월 30일 오전 10시 미용실에서 만난 그는 “소박한 재능을 팍팍한 사회에 봉사할 수 있어 보람되고 뿌듯하다”며 “돈보다 사람이 아름답다”고 말했다.

 

충남 홍성 출신인 연분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던 시절에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그러다 전주가 고향인 남편의 뜻을 따라 지난 1984년 전주로 내려와 2층짜리 건물에 새 둥지를 틀었다. 1층은 기술을 연마해 개업한 연분 씨의 미용실, 2층은 가족들의 주거 공간이다.

 

낯선 환경에서도 열심히 미용실을 운영한 그는 지난 2000년 시어머니가 다니는 경로당을 찾아 어르신들의 미용을 하기 시작했다. 어르신들의 칭찬과 입소문이 퍼졌고 2003년 전주시자원봉사센터가 생기면서 자원봉사자 20여 명과 함께 ‘로사헤어미용봉사단’을 창설했다. 연분 씨는 매년 봄·가을 20여 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30시간 커트 교육을 거친 뒤 미용봉사단원을 충원한다. 현재 봉사단원만 무려 300명에 달한다.

 

그가 운영하는 미용실에는 십수년의 세월 동안 자리잡은 감사패가 가득하지만, 유독 눈에 띄는 것은 한쪽 벽에 걸려있는 ‘2017년 달력’이다. 2016년 12월과 2017년 1월 달력에는 화·목·금요일마다 요양병원과 교회명이 빼곡히 적혀 있다.

 

“매주 화·목·금요일 오전은 전주 시내 요양병원과 교회를 찾아 미용 봉사를 하는데, 한 번 갈 때마다 300여 명의 어르신들을 단장해 드리고 있습니다. 성인의 머리카락은 한 달에 1㎝가 자라는데, 주기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어르신들은 지저분한 외모로 마음의 상처를 받습니다.”

 

연분 씨의 봉사 정신은 남다르다. ‘일주일에 세 번이나 가게 문을 닫아도 괜찮느냐’고 묻자 그는 “매일 가게 문 닫고 돌아다닌다고 처음에는 손님들한테 욕 많이 먹었다. 그래서 지금은 주로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는 밥벌이가 만족스러운 건 아니지만, 보람은 크다고 했다.

 

“사실 돈을 많이 벌려면 서부신시가지 등과 같은 시내권으로 나가야 하는데, 손님이 많으면 봉사를 못 하잖아요. 요즘 뉴스 보면 청와대 출입 미용사가 기본 컷 11만 원짜리 고급 헤어 미용실을 운영한다는데, 저는 오후에 조금씩 벌고 봉사하는 걸로 마음의 부자가 되어 보렵니다.(웃음)”

 

전주지역 요양병원 어르신은 물론, 1년에 한 차례 씩 몽골 등 세계 빈민국을 찾아다니며 소외된 세계인들의 미용 봉사도 꾸준히 이어왔다는 연분 씨. 16년 봉사 인생에 대한 인고(忍苦)의 시간은 그를 세상에서 가장 마음이 따뜻한 미용실 원장으로 만들었다.

 

건강관리를 위해 평소 주말이면 등산을 즐긴다는 연분 씨는 “앞으로 건강하기만 하다면, 70세까지 꾸준히 봉사하고 싶다”며 소박한 새해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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