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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의 이각모

지역주의 폐해에 갇힌 전북의 청년 기업인들 '불가능은 없다' 외치자

▲ 신상훈 성균관대 초빙교수

1789년 브르봉 왕조의 실정으로 인한 재정 파탄, 극에 달한 불평등한 신분제도와 브르조아 상인계급 등 중산층의 성장 및 이들의 불만이 상호 작용해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다. 바스티유 감옥을 점령하고 루이 16세를 단두대로 보낸 혁명 열기는 국경을 넘어 주변의 절대 왕정국가들로 확산된다. 자유 평등 박애의 혁명이념이 들불처럼 번질 조짐을 보이자 놀란 영국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러시아, 프로이센 등 주변 강대국들은 반 프랑스 동맹을 결성해 프랑스를 압박하고 왕정복고에 개입한다. 이때 혜성같이 등장한 사람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다. 프랑스혁명을 지지하는 혁명장교로 두각을 나타낸 나폴레옹은 유럽제국과 10여년에 걸쳐 60회가 넘는 이른바 나폴레옹 전쟁을 치르면서 프랑스의 수호신이 된다. 1799년 제1집정관이 된 나폴레옹은 영국, 오스트리아, 러시아로 구성된 제2차 반 프랑스동맹을 와해시키기 위해 4만의 프랑스군을 이끌고 폭설 속의 알프스산맥을 넘어 이탈리아로 진군, 오스트리아의 멜라스 장군이 이끄는 7만 군대를 격파하고 대승을 거둔다. 1800년 6월 14일의 일이다. 이 날 나폴레옹은 길이 50cm 남짓한 비버(biber)모피로 만든 검정색 이각 군모를 쓰고 이탈리아 말렝코 평원을 누비며 병사를 독려했다. 그 이각모가 217년의 세월이 흐른 지난 3월16일 경기도 판교의 벤처밸리 NS홈쇼핑 별관에 모습을 나타냈다. 30평 규모의 갤러리에는 이각모와 함께 나폴레옹의 유품 8점도 함께 전시되었다. 패전 직전의 상황 속에서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며 선두에 서서 부하들의 사기를 북돋아 마침내 전쟁을 승리로 이끈 나폴레옹의 열정과 불굴의 의지가 이각모 속에 말없이 담겨 있음은 물론이다.

 

외할머니가 사주신 병아리 열 마리로 시작해 자산규모 10조, 재계순위 28위의 대기업 그룹에 이름을 올린 종합 식품그룹 하림의 김홍국 회장은 어렸을 적, 위인전기 속에서 나폴레옹을 알고부터 그를 흠모해왔다고 한다. 언젠가는 카길과 같은 세계 유수의 글로벌 곡물 메이저가 되겠다는 익산출신의 대표적 자수성가 기업인 김홍국 회장의 꿈은 바로 중학교 때 읽은 나폴레옹의 불가능은 없다는 불굴의 도전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홍국 회장이 유럽의 나폴레옹 유품 경매장을 일부러 찾은 것도, 내로라하는 유럽과 일본의 자산가, 수집가들과 치열한 경쟁 끝에 26억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이각모를 구입한 것도 기업가다운 안목이요 발상이지만 김 회장의 흉중에는 아직 누구한테도 얘기하지 않은 그만의 생각이 있다. 프랑스의 외딴 섬 코르시카에서 태어난 나폴레옹은 어렸을 적 ‘코르시카의 촌놈’이라는 멸시를 수없이 당하며 자랐다. 하지만 어린 나폴레옹은 그 놀림과 냉대를 오히려 불굴의 도전 의지로 극복하고 프랑스의 영웅이 되었다. 전북 강소기업인들 모임인 JB미래포럼 간담회에서 김 회장은 지역주의의 폐해 속에서 의기소침해 있는 전북의 젊은 청년 기업인들이 나폴레옹의 ‘불가능은 없다’를 새롭게 외치자고 제창한다. 때마침 전북에는 1억 2000만 평의 새만금 평원이 젊은 기업인들을 기다리고 있다. 하림그룹이 이끄는 글로벌 식품, 곡물 콤비나트가 천혜의 새만금 양항에 들어서고 4차 산업혁명을 이끌 IT산업과 최첨단 항공 우주산업, 바이오 농 생명 산업이 새만금 평원을 메울 날이 다가오고 있다. 전북의 젊은이들이 영감과 기를 받을 수 있도록 나폴레옹 이각모가 판교에서 자리를 옮겨 새만금 평원 한 모퉁이에 상설 전시되는 모습을 보았으면 한다. 새만금 갤러리의 나폴레옹 이각모가 전북의 젊은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새만금 랜드마크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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