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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사회지도층이 모범 보이면 법 경시풍조 사라지기 마련…범법 공직자 인사 배제해야

▲ 김호열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우리나라 법 경시 풍조는 거의 위험 수위에 육박하고 있다. 법을 위반하고도 반성하거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적발되면 재수 없어서 걸렸다고 한다. 유죄판결을 받으면 무전유죄라면서 법원을 탓한다. 어쩌다 우리나라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가.

 

우리는 며칠 동안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지켜봤다. 왜 부동산투기, 탈세, 음주운전, 다운계약서, 논문표절 등 위법 전력이 그렇게도 많은가. 선진국 같으면 저러고도 공직에 나갈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전 스웨덴 부총리 모나 살린은 슈퍼마켓에서 조카에게 줄 생필품 34만원어치를 공공카드로 구입한 후 이 금액을 자신의 돈으로 메꿔 넣었다. 그러나 공금과 개인 돈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여론의 질타로 결국 그는 부총리직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핀란드에서는 교육부가 한 골프장 주변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교육부장관이 그 골프장의 회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국회에서 이를 문제 삼자 교육부 장관은 사표를 제출했다.

 

2009년 오바마 당선자는 자신의 정치적 스승인 톰 대슐을 복지부장관에 지명했다. 톰 대슐은 세금신고를 안한 것을 뒤늦게 알고 바로 이자까지 붙여 14만 6000달러를 납부했으나 이것이 문제가 되자 변명하지 않고 장관직을 포기했다.

 

1993년 클린턴 당선자로부터 법무장관으로 지명된 조 베어드는 불법 체류자에게 2년 동안 자녀를 돌보게 한 것이 문제가 되어 청문회에 서지도 못하고 낙마했다. 우리나라 장관 후보자와는 극명하게 대조되지 않는가.

 

2000년 서울에서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했던 각국 지도자와 그 부인들의 검소함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핀란드의 첫 여성 대통령인 할로넨은 호텔 측이 전문 미용사를 대기시켜놓았는데도 자신이 스스로 머리 손질을 하고, 옷도 다리미를 가지고와서 직접 다려입었다, 칫솔과 치약도 환경오염이 된다면서 여행 가방에 챙겨와 사용하였다.

 

스웨덴 총리 부인도 호텔에 맡기지 않고 다리미를 달래서 남편 옷과 자신의 옷을 직접 다려 입었다.

 

2001년 어느 나라 국민이 가장 정직한가를 측정하기 위하여 월간지 리더스 다이제스트(Reader ‘s Digest)는 행인의 왕래가 빈번한 길 등에 미화 50달러에 상당하는 자국 지폐와 전화번호 등 연락처가 든 지갑 1100개를 몰래 떨어뜨려 놓고 회수율을 조사했다.

 

그 결과 노르웨이와 덴마크에서는 100%가 회수되었다. 그럼 이런 나라 국민들은 왜 이렇게 깨끗한가? 공직자 등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사회지도층이 깨끗하니까 자연히 청정국가가 되는 것이다.

 

“임금이 인(仁)하면 그 누구도 인하지 않을 수 없고, 임금이 의(義)하면 그 누구도 의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임금이 바르면 신하들도 다 바르므로, 백성을 바르게 다스리지 않을 수 없다. 오직 임금이다. 임금이 마음을 한번 바르게 잡으면 나라는 자연히 바르게 안정된다.”(맹자)

 

사회지도층이 인하면 그 누구도 인하지 않을 수 없고, 사회지도층이 의하면 그 누구도 의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지도층이 준법의 모범을 보이면 법 경시풍조는 사라지기 마련이다. 국민소득만 높아진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이 아니다. 법질서가 확립되어야 한다. 이 나라를 선진사회로 진입시키려면 범법 경력자들은 고위공직에서 과감히 배제시켜야 한다. 그것이 대통령이 행할 인이고 의일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아질 것 아닌가.

 

△김호열 전 사무총장은 전북대 석좌교수, 한양대·단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 대한민국 선거·정당사 편찬위원장, 국회 정치개혁협의회 위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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