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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판 한옥마을

전주를 찾는 관광객이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1,000만 명을 넘어섰다는 전주시의 발표에 대해 어떤 이들은 ‘사기치고 있네’ 식으로 빈정거린다. 그게 확실하냐, 일일이 세어봤냐는 거다. 이런 반응은 낯설지 않다. 행사장 참석자, 시위 참가자, 영화 등 관람객, 관광지 방문객 등의 규모를 어림잡아 추산해 발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그 규모가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크게 발표되면 의아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문재인 대통령도 관람했다는 영화 ‘택시운전사’의 누적 관람객이 900만 명을 돌파했다는 발표는 추산에 의한 것이 아니다. 확실한 사실을 근거로 한 것이다. 영화관에서 판매된 티켓, 관람료 수입액 등은 조작됐다고 보기 어려운 까닭이다. 주연을 맡은 송강호, 유해진, 토마스 크레취만 등 배우는 물론 제작사가 돈방석에 앉았다는 사실을 누가 의심하겠는가.

 

전주 한옥마을같은 관광지 방문객 수는 영화 관광객처럼 일일이 셀 수 없다.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확성에 근접할 수 있는 방법이 동원된다. 전주시는 행정자치부와 공동으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1년간의 한옥마을 내 이동통신과 SNS, 카드매출 등 공공분야 빅데이터 기록을 분석했다. 그 결과, 1일 평균 2만931명이 전주한옥마을을 다녀갔다고 보았다. 연간 1,066만 9,427명이다. 카드매출 기록에 의하면 한옥마을 일평균 매출은 3억3,800만원이고, 연간 1,234억 원이다.

 

이같은 객관적 근거가 빈약하다고 생각하는 빈정꾼은 전주한옥마을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임이 분명하다. 어쨌든, 전주한옥마을에는 벌집에서 웅웅거리는 벌떼처럼, 엄청난 관광인파가 나름의 힐링 포인트를 즐기는 공간이다. 어느날 갑자기, 예전같은 살풍경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전주한옥마을을 굳이 걱정하고 싶다면, 한옥마을의 무너지는 정체성에 대한 것이다. 한옥마을에 들어서면 밟히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의 인파가 북적대지만, 느끼한 음식냄새와 씽씽거리는 전동휠 등으로 인해 ‘슬로시티 전주’ ‘전통문화의 도시 전주’는 가려졌다. 한옥 기왓장만 보일 뿐이란 탄식이 나오는 건 이 뿐만 아니다. 정작 전주시가 운영을 책임지는 명품관, 전주공예명인관 등 문이 굳게 닫힌 채 방치돼 있다. 한옥마을 내에서 전통 찾기 힘들고 음식냄새만 진동하니, 1,000만 관광객 무너질 날은 이미 카운터 다운 들어간 것 아닌가.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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