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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팽소선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 굽는 것과 같아…자주 뒤집으면 부서지는 법

▲ 홍익태 前 해양경비안전본부장

가끔씩 어떻게 하면 조직을 잘 이끌 수 있는지를 물어오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한테 그런 질문을 한 분들은 아마 제가 경찰서장과 지방경찰청장으로 근무하였고 1만명이 넘는 조직의 수장(首長)으로 현재의 해양경찰청장에 해당하는 자리에도 근무한 경력을 보고 조직 경영에 대한 어떤 노하우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경영학을 공부한 것도 아니고 리더십에 대해 연구한 적도 없는 제가 조직 경영의 왕도(王道)를 어찌 알겠습니까.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셨다면 실망을 드려 죄송합니다. 다만 30여년 공직에 있으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익힌 조직 운영의 한 방법이 있는데 그것을 소개해드리는 것으로 여러 사람의 질문에 대신하고자 합니다.

 

옛 중국의 노자(老子)는 ‘무위(無爲)’의 리더십을 강조하였는데 ‘무위(無爲)’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소극적인 의미가 아니라 동료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라는 적극적 의미인 동시에 억지로 강요하거나 억압하지 않는 리더십입니다.

 

즉 업무를 완전히 파악한 상태에서 과감한 위임을 통해 동료들이 스스로 자신의 역량과 열정을 발휘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리더의 적극적 행위를 말합니다.

 

노자는 ‘무위(無爲)’와 관련하여 도덕경(道德經)에서 ‘치대국 약팽소선(治大國 若烹小鮮)’, 즉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였습니다. 작은 생선을 구울 때 조급하여 자주 뒤집으면 살이 다 부서지고 결국에는 먹을 게 없는 것처럼 때로는 가만히 두면서 지켜보는 것이 가장 좋은 정치가 된다는 뜻입니다.

 

한편 당나라 태종이 신하들과 주고받은 대화를 정리한 것으로 예로부터 제왕학(帝王學)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정관정요(貞觀政要)에는 ‘불치이치 무위지치(不治而治 無爲之治)’라는 말이 나오는데 ‘다스리지 않는 것처럼 다스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다스린다’는 뜻입니다. 리더십에 대한 노자와 당태종의 생각이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농담인데 상사의 유형에는 4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똑부, 똑게, 멍부, 멍게’가 그것인데 똑똑하고 부지런한 상사, 똑똑하고 게으른 상사, 멍청하고 부지런한 상사, 멍청하고 게으른 상사가 그것입니다. 이중 최고의 상사는 ‘똑똑하지만 게으른 상사’라고 하는데 이것도 무위(無爲)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리더십이 중요한 이유는 어느 조직이나 리더에 의해 조직의 분위기가 밝아지기도 하고 어두워지기도 하여 리더의 역량이 조직의 사기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연구 결과 ‘리더는 누구나 방을 환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방에 들어옴으로써, 어떤 사람은 방을 나감으로써.

 

여러분은 어느 쪽입니까? 들어갈 때인가요, 나갈 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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