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 축조된 덕진산성
‘동의보감’ 허전·허목 묘역
군인 대동하는 번거로움도
조사·발굴 이뤄지고 있지만 軍 특수성 커 관리 체계 필요
지난 22일 연천군 지역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에 있는 유학자 미수 허목의 묘역은 한산했다.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DMZ (Demilitarized zone)와 민간인통제구역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괴롭혔던 대북확성기가 철거 되는 등 이 곳을 감싸던 긴장감이 해소되고 있는 사회 분위기와 상반된 모습이다.
특히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 임진각을 비롯한 안보관광지들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모습과도 너무 달랐다.
이런 외형적인 분위기 외에도 가까이 들여다 본 민통선 내 문화재는 그 가치에 비해 사람들의 관심 속에 잊혀져 있었다.
△ 정전기념일 즈음에 만난 민통선 내 문화재들
역사학자들은 고대사의 각축장 중 한 곳으로 임진강 일원을 꼽는다. 고구려와 백제, 신라는 임진강변 주요 지점에 산성을 쌓고 호시탐탐 상대 국가를 공격할 틈을 노렸다. 그 대표적인 성이 호로고루, 당포성, 은대리성, 무등리보루 등이다. 민통선 안에도 삼국시대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성이 있다. 바로 사적 제537호 덕진산성이다.
최근 발굴조사 결과 덕진산성은 삼국시대에 축조 됐지만 조선시대까지 전력적 우수성을 인정 받아 외성을 확장해 사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덕진산성에 오르면 왜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1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땅을 지배하던 국가들이 아꼈었는지 알 수있다.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지금 덕진산성 주변에는 초평도 습지와 농경기지에 희귀한 동식물만이 살고 있다.
차를 타고 통일대교를 거쳐, 민통선 내 10여㎞를 달리면, 조선 시대 대표적인 명의로 꼽히는 허준 선생의 묘가 나온다. 경기도기념물 제128호인 허준묘(許浚墓)는 지난 1991년 9월 30일 재미 고문헌 연구가들에 의해 발견됐다. 허준 선생이 각고 끝에 완성한 ‘동의보감’은 지난 200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돼 관심을 받는 반면, 정작 이 책을 집필한 허준 선생의 묘역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쓸쓸함만이 묻어났다.
연천지역 민통선 내 대표적인 문화재는 조선시대 유학자 미수 허목의 묘역을 꼽는다. 유학자 송시열과의 ‘예송논쟁’으로 유명한 허목은 조선 중기 대표적인 대학자이자 서예가다. 그를 기리기 위한 묘역인 ‘미수허목묘역(경기도기념물 제184호) 또한 민통선 안에 위치해 있다.
묘역에 도달하기 위해선 반드시 군 초소를 거쳐, 군인을 대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해발 100m의 언덕에 위치한 묘역은 그의 넋을 기리기 위한 큰 규모만큼이나 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게 특징이다. 묘비석 등에는 6·25 전쟁 중 이뤄진 총격전의 흔적이 총탄 자국으로 고스란히 남아있다.
△ 잊혀져 있는 문화재, 다시 돌아봐야 할 공간
경기지역 DMZ 내에 어떤 문화재가 존재하는지 현재까지 조사된 바가 없다. 철원지역 DMZ 내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궁예 도성터의 경우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 교수가 문화재청장으로 재직할 당시 그 흔적을 확인했었다. 하지만 그 외 지역의 경우 어떤 문화재가 있었는지, 그리고 또 남아 있는지 알 수 없다.
제한적이지만 사람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은 민통선 내의 문화재들은 2000년대 들어 부분적으로 조사 및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체계적인 관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민통선 내에 위치한 문화재는 행정력 보다 군의 영향력이 더 많은 영향을 주는 특수성으로 인해 조사작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해당 지역 기초지방자치단체들이 현재까지 발견된 문화재들에 대한 현황을 확보한게 전부다.
출입이 어렵지만 현재 지정된 문화재를 중심으로 추가 발굴작업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문화재연구원 관계자는 “미수 허목묘역의 경우 추가 발굴이 필요한 상황이다. 적극적인 발굴작업이 이뤄졌으면 좋겠지만, 민통선이라는 특성상 출입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경인일보 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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