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국회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카허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군산공장 매각과 관련, “현재 몇 개 업체들과 긴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처음 언급했다. 그는 “결과가 나오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며, 대외비여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못하는 점을 양해해달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군산공장의 일부 부품생산설비 재가동에 대해선 “향후 공장 매각 등 제3자와의 협상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카젬 사장이 언급한 협상 대상업체들은 대략 다섯군데 정도다. 전기차를 OEM 방식으로 생산, 중국 완성차 제조회사에 공급하겠다는 특수목적회사(SPC)와 소형화물차를 생산하려는 중견 특장차 제조·판매사, 그리고 경승용 다마스를 생산하려는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12개 중소기업, 또 외국계 인수합병 전문기업과 조립형 주택을 전문 생산하는 회사 등이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은 한국지엠의 비협조적 태도에 불만을 토로한다. 공장 인수와 함께 사업성을 판단하려면 먼저 군산공장 내 시설 현황을 파악해야 하는데도 달랑 건물평면도 하나만 주었다는 것. 구축된 설비나 도면 제공은 한국지엠이 거부하고 있기에 사업계획서를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올해 초 미국 제너럴모터스는 한국지엠의 재무상황이 악화되자 우리 정부와 협상을 통해 산업은행에서 7억5000만 달러, 원화로 8100억원을 지원받기로 하고 산업은행은 지난 4월 이중 절반을 한국지엠에 집행했다. 당시 배리 엥글 GM인터내셔널 사장은 “군산 지역에 면목이 없다”면서 “부지 매각 방식·대상은 전적으로 한국 정부 뜻에 따르겠다”고 확약했다. 또 이 같은 내용을 송하진 도지사에게 서면으로 약속했다.
그랬던 한국지엠이 군산공장 매각에 차일피일 늑장을 부리고 있다. 결국 돈 때문이다. 129만㎡에 달하는 군산공장 부지의 공시지가는 1242억원 정도다. 그러나 군산지역 경기 침체로 산업단지의 실거래가는 공시자가를 밑돌아 실제 군산공장 땅값은 1000억원 수준이다.
기업에겐 오직 이윤이 최대의 선이라지만 표리부동(表裏不同)한 한국지엠의 꼼수에 군산시민과 전북도민들은 분노한다. 군산공장이 문을 닫은 이후 군산국가산업단지 협력업체의 30% 정도가 도산했다. 이달말 군산공장 무급휴직자의 실업급여 지급 기간이 끝나면 군산 경제는 더 피폐해질 것이다. 정부와 산업은행, 그리고 전북도의 강력 대응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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