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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만규 화백의 섬진팔경 이야기] (7) 장구목(하) 21m 화폭으로 다 못담은 새벽강

장구목 새벽강 여름 - 부분도, 2005, 93x2100, 수묵채색
장구목 새벽강 여름 - 부분도, 2005, 93x2100, 수묵채색

어느 것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러니 새벽강을 담아내기에 21m 화폭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구미 작업실에 머무는 동안은 눈뜨자마자 이 길로 오곤 했다. 넓게 펼쳐진 강에 한가득 바위들이 널려있는 장구목이다. 상류의 댐이 물을 가두자 수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오래도록 물속에 잠겨 있던 바위들이 드러나게 된 곳이다. 절차탁마(切磋琢磨)! 보석을 세공하듯 수 만년동안 갈고 닦아 부드럽게 주름지고 둥글둥글 파인 모습들의 바위는 변화무쌍한 물살의 흐름을 가늠케 한다. 지형으로 좁혀진 물살은 급하게 여울을 이루면서 흐르고, 바위에 돌들의 침식작용은 움푹움푹 패인 신기한 작품을 만들어 냈다. 그중 요강바위는 깊이 2미터가 넘는 포트홀로 유명하다. 아들 낳기를 원하는 여인이 이 바위 위에 걸터앉으면 영험한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전설은 초여름 용골산에 허옇게 핀 밤꽃의 징한 냄새와 함께 묘한 상상력을 자아낸다.

요강바위 옆에 널찍한 너럭바위 위로 물결이 스쳐 지난다. 벗이 있어 좋으니 동이 술통 옆에 두고 달이 중천에 오르도록 즐거움을 나눈다. 발을 뻗으면 물살이 발등위로 애무하며 흐르는 느낌도 좋을시구~!

달은 지고 해 뜰 무렵 용골산에 내려앉는 구름이 물위로 오락가락하며 취기를 돋운다. 달이 사라졌으니 물속에 들어 갈리는 없을 터이고.

한 조각 꽃잎이 져도 봄빛 줄어드는데

만 점의 꽃바람에 날리니 참으로 시름겹구나

이 경치를 다 보려하니 꽃은 잠깐뿐이니

몸 상한다고 어찌 술을 마시지 않으리

강 가 작은 정자엔 비취 새 깃들고

부용원 뜰 가 고관의 무덤 기린 석상도 뒹구네

세상 이치 따져보니 모름지기 즐거움을 따를지니

어찌 헛된 영화에 이 한 몸 얽매이리.

곡강(曲江)을 이렇게 노래한 시성 두보(杜甫)는 이곳은 어떻게 표현할까?

용골산 중턱에 한 동안 엔진의 굉음을 내며 인위적 기교로 깎아내려 거목들이 쓰러지고, 뒤로는 현수교라는 철근을 세워 강줄기의 흐름을 끊어낸다.

대자연의 참된 자유를 지켜내며 자연의 모습에 맡겨야. 사물은 자연 그대로 있을 때, 올바른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가.

만물제동(萬物齊東)의 원리, 자연의 조화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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