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 그루정도는 가까이에 두고서 보고 싶은 소나무가 하동에서는 다른 목적으로 숲을 이루어 왔다. 조선 영조 21년(1745년) 당시 도호부사였던 <전천상> 이 강바람과 모래바람의 피해를 막기 위하여 모래언덕 위에 심어서 만들어진 소나무 숲이다. 바다에 닿아 있는 하동지역에 해양과 육지의 비열 차이로, 낮에 해양에서 육지로 불어오는 바람이 섬진강변에 드넓게 펼쳐진 모래밭을 지나면서 하동읍내가 온통 모래바람으로 뒤덮이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심었던 약 900여 그루가 <하동송림(河東松林)> 이 되었고 천연기념물 제445호로 보호받고 있다. 하동송림(河東松林)> 전천상>
솔숲 속에서 누워 낙랑장송의 잎 사이로 비추는 맑고 찬란한 해살을 온몸으로 안아본다. 군데군데 음향시설에서 조용히 들려오는 음악소리와 솔바람소리, 가만히 흐르는 강물소리와 백사장에 스치는 파도소리는 자연이 만들어낸 최상의 하모니이다. ‘백사청송(白沙靑松)의 고장’이라 불릴만하다. 솔향 그윽히 느끼며 걷는 이들의 발자국이 길이 되어있다. 그 길을 몇 바퀴 걸으며 소나무의 품격을 가슴에 담아보는 것도 힐링이 아니겠는가!
산고송하립(山高松下立)이라 했다. ‘제아무리 산이 높아도 그 위에 자라는 소나무가 있다’라고, 항상 잘난 척 하지 말고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며 소나무는 푸르고 꿋꿋한 의지로 일침을 가한다.
하동읍을 뒤로하고 넓은 강변에 잘 갖춰진 근린시설이 있고 광양으로, 남해바다로 흘러가는 강물이 후련하게 펼쳐져 있다. 내가 서있는 발아래는 하동포구로서 배가 다니던 섬진강 물길이다. 화개로부터 악양, 하동, 하저구, 갈사를 거쳐 남해바다에 이르는 하동포구 80리 뱃길이다.
섬진강 하류에 바닷물이 흘러들어와 조개잡이가 예전 같지는 않다지만 그래도 여인들의 몸짓이 분주하게 보인다. 채취에서 밥상에 오르기까지 그 손들이 고맙다. 하동에서의 아침은 시원한 맛의 재첩국이다.
작업실로 돌아와 솔방울과 솔잎으로 불쏘시개 삼아 불을 지피고 장작을 아궁이 깊숙이 밀어 넣는다. 벌겋게 타오르는 불꽃 앞에서 여러 상념에 잠긴다. 한 시간 가량 불을 때고 나서 방에 들어와 구들장에 등을 지지면 겨우살이 이 정도면 만족하지 않나 싶다.
나에게 ‘세한삼우(歲寒三友)’는 장작과 따끈한 차(茶), 눈 속을 걸어야 할 장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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