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늘 우리 곁에 다양한 느낌으로 함께하는 소중한 나무이다. 소나무는 높은 기개와 풍치를 지니고 있고, 늘 변치 않는 푸르름을 간직하면서 군자의 덕과, 십장생(十長生)의 하나로 장수를 상징하는 나무로 비유되어왔다. <사기(史記)> 에 의하면, 진(秦)나라 시황제(始皇帝)가 태산에 올랐다가 소나기를 피해 급히 한 노송 밑에서 쉬었다 하여 그 소나무에게 오대부(五大夫)의 벼슬을 내렸다고 한다. 사기(史記)>
이러한 일화의 배경으로 수목(樹木)의 군자가 되어 오청(五淸;죽(竹)매(梅)국(菊)송(松)석(石)으로 또 세한삼우(歲寒三友;송 죽 매)로 사우(四友;매 송 국 죽) 등의 하나로 꼽히면서 문인과 화가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견뎌내는 소나무의 고결한 절개를 선비에 비유한다.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가는 나무다. 그 앞에서 오늘의 선비정신이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잠시 눈을 감아본다.
소나무에 소담하게 하얀 눈이 쌓이면 더욱 묵직하고 강인함을 드러내며 붉은 줄기에 하얀색의 배색은 완벽한 조형으로 나타난다. 눈덮힌 송림과 강가의 백사장, 검푸르게 더욱 깊어진 강물을 담은 구도를 떠올리면서 하동송림에 간다. 하동지역은 눈을 맞이하기가 쉽지 않다. 한번 가보려고 마음먹으면 안절부절이다. 일기예보를 보고 지인에게 전화로 확인하고 나선다. 어느 겨울엔 며칠 동안 아예 이곳에 머물며 기다리다가 눈을 만나 그 풍광에 젖어 추위도 잊고 돌아다니며 스케치를 하기도 했다.
소나무는 우리민족의 구비구비에 훌륭한 상징성을 지니며 가슴속에 깊이 새겨져 있는 나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또한 소나무는 우리 삶에 아주 다양한 쓰임새로 따뜻한 사랑을 받고 있다. 봄이면 송홧가루를 모아 다식(茶食)을 만들어 먹었고 추석이 되면 송편을 만드는데 사용하였다. 또 햇순으로는 송순주(松荀酒), 잎으로는 송엽주(松葉酒), 솔방울로 송실주(松實酒), 솔뿌리로 송하주(松下酒)를 빚어 마셨다. 지금은 흔하지 않은 자랑스러운 우리 먹거리들이다.
깊어가는 가을밤의 강변길, 잘 다듬어진 길을 얼마동안이나 걸었는지. 둑에 걸터앉는다. 솔숲에 가렸던 달이 어느새 강물에 빠져 내 눈에까지 들어온다. 술에 취하지 않았으나 달을 잡으러 강물에 들어가기라도 할 듯한 충동감이, 조용히 흐르는 물결에 어른거리는 달과 함께 사유할 수 있는 고요한 이 시간, 참 귀하고 소중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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