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는 전북지방경찰청의 도움을 받아 매주 1회 도내에서 발생한 주요 사건의 뒷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그 첫 순서로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불러온 ‘군산 원룸 동거녀 살인사건’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지난해 7월. 군산경찰서 강력계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군산에서 누군가 사람을 죽이고 땅에 묻었어요…”
신우열 경사(39)는 처음 제보자를 신뢰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 속 한 곳에는 ‘만약 진짜라면…’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제보자를 만나 ‘녹음파일’을 들어보니 너무나도 상세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사체를 묻은 장소에서 나는 썩은 냄새, 살인을 자랑하는 듯한 목소리. 신 경사의 머리에 ‘이것은 진짜다’라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확신을 가지기 위해서는 사체를 두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과학수사대를 동원해 사체가 있다는 장소로 갔다. 현장에는 누군가 땅을 파헤친 흔적이 있었다. 인근의 땅을 다 파헤쳐봤지만 사체는 보이지 않았다.
허탈감을 안고 사무실에 돌아온 신 경사는 제보자에게 전해들은 이름과 생년월일 등을 입력해 과거 전과를 검색했다. 다양한 전과가 조회됐다. 사건마다 언급되는 4~5명의 이름들. 그 중 한명은 당시 병역법 위반으로 인해 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
신 경사는 접견신청을 통해 수감되어 있는 A씨를 만나 살인사건에 대해 아냐고 물었다.
A씨는 처음에는“모르는 일이다”라며 부인했지만 결국 모든 것을 자백했다. A씨가 자백한 공범들의 이름들은 전과조회를 통해 확인한 이름과 같았다.
신 경사는 곧바로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주범에 대한 추적에 나섰다. 속도전이었다. 휴대폰 위치추적을 통해 주범과 공범 B·C·D씨 등을 정읍의 한 자택에서 모두 체포했다.
신 경사가 살해 동기를 묻자 피의자들은 “한 집에 살면서 하기로 한 심부름과 집안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폭행했습니다. 때리다 보니 어느 순간 쓰러졌습니다”라고 진술했다.
사체의 위치도 자백했다. 첫 유기 장소에서 20km 떨어진 들판에 다시 암매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건에 연루된 4명을 구속했으며 이들은 폭행 및 살인, 사체유기·오욕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주범인 B씨(23)와 C씨(22)에게 각각 징역 18년과 15년을, 암매장을 도운 3명에게는 징역 4년과 3년, 징역 1년6월 등을 선고받았다.
신 경사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전북지방청장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그는 “지적장애를 가진 여성을 집안일을 잘 못한다는 이유로 3개월이 넘도록 폭행해 사망에 이른 사건”이라면서 “사건 해결의 뿌듯함보다 숨진 여성에 대한 안타까움과 슬픔이 더 컸다”고 당시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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