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다.” 요즘 상황에 어울리는 말이다. 촛불 혁명으로 박근혜 정부를 퇴진시키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설 때는 아! 드디어! 민주주의를 반석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자긍심과 시민의 힘을 느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작금의 정치 상황은 그 누구도 자신할 수 없을 정도로 녹록하지 않다. 뿌리가 뽑힐 것 같았던 적폐 세력들이 다시금 발호하고 있다. 국회는 개혁입법은 고사하고 산적한 사안에 대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꿈에 부풀었던 남북관계도 북미관계에 종속되어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북은 항상 민주주의와 저항의 중심지로서 민주정부를 탄생시키는데 앞장섰지만 정치의 독점과 후진성으로 생동감을 잃고 경제와 인구도 침체되며 전국 꼴찌로 전락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과거보다 많은 장· 차관과 정부기관 장이 나오며 장밋빛 미래를 꿈꾸었으나 역시나 숫자놀음일 뿐 희망의 끈마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
최근 전북유권자의 표심은 중층적이다. 대선은 민주세력을 선호하지만 총선은 다양한 방식으로 민주당 30여 년의 독점 구조를 타파하려 한다. 이러한 경향은 지난 총선과 대선, 지방 선거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하지만 내년도 총선은 과연 어떠한 그림이 그려질지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다. 이번 전국 보궐선거의 결과를 보면 정치적 흐름이 심상치가 않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가 옅어지며 각종 지표도 나아질 기미가 별로 없다. 지역별로 과거로 회귀하는 경향도 심화되고 있다.
전북 정치지형은 독립변수가 아니다. 인구의 절반과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는 서울과 수도권의 정치 풍향에 따라 이합집산이 일어나는 종속변수이다. 내년 총선에서 피 말리는 수도권의 대회전이 이루어진다고 예측되면 호남은 정치적 재물로 되며 합종연횡이 일어날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지지 정도에 따라 좌우되는 변수이다. 이미 전북은 총선 정국으로 들어섰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지리멸렬하고 야당은 전북에 고립되어 있다. 결국 변화를 유권자가 나서서 강제해야 할 시점이다. 전북 정치권의 위상 회복이 급선무다. 지난 총선에서 참패한 민주당은 대수술을 통해 참신한 인사들을 영입하며 환골탈태해야 한다. 당선증이나 다름없었던 공천장을 받고도 본선에서 탈락하거나 존재감도 없는 인사들로 또다시 총선을 치를 수는 없다. 민평당도 마찬가지이다. 압도적 지지를 얻었으나 대선 참패, 분당으로 호남에 철저히 고립되어 있다.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제3 지대나 민주당과의 통합 등으로 활력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올 연말이나 내년 초가 분수령이다.
이제 전북 정치도 더 이상 묻어가는 정치, 빌붙어서 하는 정치를 타파하고 존재감이 분명하고 당당한 정치로 바꾸어야 한다. 관료와 토호 카르텔에 안주하는 정치는 변화보다는 기득권 유지와 현상 유지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기득권에 안주하는 정치로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 정치가 주도하여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 전북 정치의 다양성 확보와 위상 제고, 지역 관료와 토호 카르텔을 극복하는 정치로 나아가야 침체된 전북에 활력과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이제 유권자들인 전북 도민이 나서서 변화를 선도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정치인과 남의 탓으로 세월을 보낼 수는 없다. 무관심과 무기력은 낙후 정치의 좋은 먹잇감이다. 다시금 일어나 참여하는 시민이 전북과 전북 정치를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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